‘원구단’은 천자(天子)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제천단을 말하는데 1897년 고종의 황제
즉위식과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 뒤 단지 내에 3층의 ‘황궁우’(皇穹宇:
하늘과 땅 모든 신의 위패(位牌)를 모신 곳)를 짓고,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돌북(석고:石鼓)을 황궁우 옆에 세웠습니다. 이 돌로 만든 ‘돌북’은 몸통 둘레에 용무늬를
돋을새김(부조)해 놓았으며, 조선말기 조각물 중 최고 걸작품의 하나로 꼽힙니다.
그런데 일제는 1913년 이 원구단을 헐고, 그 자리에 조선호텔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선호텔 경내에 황궁우와 석고, 그리고 석조 대문만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황궁우를 보면서 쓰러져 가는 나라를 붙들어보려는 의지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정성을 다한 흔적을 봅니다. 그리고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일제가 하늘에 제사지내는 원구단을 없앤 까닭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