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보면 ‘산갓김치’ 담그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거기엔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19세기 초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는 고춧가루를 쓰고 있습니다. 16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고추가 18세기부터 김치와
각종 음식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부터 김치의 역사가 바뀌어 소금, 후추, 천초 따위로 담백하게 담그던 김치가 매운맛으로 변한 것입니다. 동시에 고춧가루는 고추장이라는 새로운 저장식품도 만들어냈습니다.
조선 후기의 농가풍습을 노래한 <농가월령가> ‘시월령’은 저장식품의 백미인 김장김치를
담는 이야기를 합니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간을 맞게 하고, 마늘, 생강, 파에 젓김치, 장아찌라. 큰 독에 작은 독, 바탕에는 항아리라.
양지쪽에 헛간 짓고, 짚에 싸서 깊이 묻고, 무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