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봉우리는 일만 이천 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봉우리를 한 장의 그림에 다 담아낼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은 ‘금강전도’에서 이를 실현했습니다. 겸재는 우리나라의 산천을 독자적 화법으로 그려내어 진경산수화풍을 확립시킨 동시에 진경산수화의 발달에 지대한 공로를 남겼는데 특히 평생 여러 차례 금강산 일대를 유람하였고, 100여 폭에 이르는 금강산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금강전도’를 보면 한가운데 만폭동 계곡을 중심으로 하여 장경봉에서 비로봉까지 남북으로 길게 S자로 휘어진 선은 영락없는 태극을 그린 것이다. 태극은 무한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을 뜻하는 동시에 혼돈에서 질서로 가는 첫걸음을 뜻한다. 금강산이 우주의 원리인 태극으로 승화한 것이다.” 사계절출판사에서 펴낸 책 ‘한국생활사박물관’ 9권에 나오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