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내고 백 만장 팔리면 ‘밀리언셀러’라고 합니다. 경기가 안 좋아진 요즘은 가요 가수들 중에서도 밀리언셀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백 만장 넘게 판 음반이 있습니다. 그것도 가요가 아닌 판소리입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 찬 자리에….” 임방울이 가슴을 쥐어짜는 통성(판소리 창법에으로 배 속에서 바로 위로 뽑아 내는 목소리)을 내지르는 ‘춘향가’의 한 대목 ‘쑥대머리’ 음반은 조선과 일본, 만주에서 100만 장 넘게 팔렸습니다.
그의 성음은 높은 소리, 낮은 소리를 두루 구사할 수 있는 힘차고도 역량이 풍부한 청구성
(천구성)에다 약간 갈린듯하면서 구수하게 곰삭은 맛을 풍기는 수리성을 같이 가진 최고의 소리라고 합니다. 그는 득음을 한 뒤에도 뭔가 모자라다고 생각되면 몇 년씩 숨어 또다시 피를 토했습니다. 최고의 자리는 바로 그런 혼신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