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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504. 해 돋을 때 비로봉이 가장 먼저 붉다

[얼레빗=김영조 기자]  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 성석린(成石璘, 1338~1423)은 “풍악(楓岳)으로 가는 중을 보내며(送僧之楓岳]”라는 아래의 한시를 썼습니다.

일만 이천 봉은(一萬二千峯)
높고 낮음이 진실로 다르다네.(高低自不同)
그대 보게나, 해 돋을 때(君看日輪出)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다네.(高處最先紅)
 

   
▲ 금강에 살어리랐다 / 그림 한국화가 강장원

금강산을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진 모양새에 따라 봉래산(蓬萊山), 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워 풍악산(楓嶽山), 겨울엔 바위만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 개골산(皆骨山)이라고 하지요. 그 풍악산에 해가 돋으면 어떤 봉우리가 가장 먼저 붉어질까요? 당연히 가장 높은 봉우리 비로봉일 테지요. 그러면서 서서히 일만 이천 봉우리가 모두 붉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성석린이 이 시에서 뜻하는 것은 좀 더 깊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인 김종직은 이 시에 대해 “도를 깨닫는데 앞뒤와 깊고 얕음이 있는 것은 인성의 높고 낮음에 있는데 따른 것임을 비유한 것이다.”라고 풀었지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도를 깨닫고 우뚝 서려면 사람 됨됨이가 먼저인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단순한 시가 아니라 철학을 담고 있는  글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