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김영조 기자] 모레 일요일은 일곱째 절기 ‘입하(立夏)’인데 여름이 시작된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르지요. 이때가 되면 봄은 물러가고 산과 들에는 짙은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며 묘판에는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합니다. 또 이때쯤 누에치기에 한창이며,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 뽑기에 부산해지지요.
▲ 이팝나무 꽃이 피는 입하(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입하 시절음식 쑥버무리 |
꽃을 피우는 음력 3월의 바람을 옛 사람들은 은혜가 가득한 바람, ‘혜풍(惠風)’이라고 불렀지만, 입하 때부터 부는 4월 바람은 ‘난풍(亂風)’이라고 했습니다. 강하게 불었다, 약하게 불었다 하며, 방향도 제멋대로여서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이 난풍은 못자리 볍씨를 한쪽으로 몰리게 했고, 특히 높새바람(북동풍)마저 불면 곳곳에서 산불이 났고, 봄가뭄까지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24절기에서 ‘입하’ 뿐만이 아니라 ‘입춘(立春)’, 입추(立秋), 입동(立冬)의 한자말을 쓸 때 왜 들 입(入)자를 쓰지 않고 서다는 뜻의 ‘立’자를 쓸까요? 이는 새로운 철이 왔으니 모든 것을 다시 세우라는 뜻으로 쓴 것입니다. 단순히 세월의 흐름을 따르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일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능동적인 모습을 주문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부터 새로운 여름을 맞아 능동적인 삶을 꾸리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