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일본어를 전공하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일본은 언제 가는 게 좋은지 둘째 어딜 가야 하는지 셋째 꼭 추천할 만한 곳은 어디냐? 같은 질문이다.
사람마다 좋아 하는 것이 달라 딱 부러지게 대답해줄 수는 없지만 이 세 가지를 그런대로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교토에서 해마다 5월 15일 하는 아오이마츠리 구경 겸 관광을 권하고 싶다. 마츠리는 말 그대로 전통축제이므로 반드시 정해진 날에 가야 볼 수 있다. 유명한 명승지나 유적지는 아무 때나 사시사철 편한 시간에 가면 되지만 마츠리와 같은 무형문화를 보려면 꼭 그날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렵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천년고도라 유적지도 많은데다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오이마츠리도 볼 수 있기에 말이다.
![]() |
||
▲ 아오이마츠리는 1000여년전 귀족들의 화려한 의상을 볼 수 있어 인기다 |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 기온마츠리, 10월 22일 지다이마츠리를 꼽는다. 일본열도가 마츠리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교토는 특히 유명한 3대마츠리와 더불어 청수사, 금각사 등 이름난 절과 유적지가 많고 인근 도시인 오사카와 나라지방까지 아우르면 사시사철 볼거리가 풍부하다.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교토는 전 세계인들이 일본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도시 구성원들이 천년고도 곧 교토(京都)에 대한 “경(京)의식”이 강하다. 대표적인 “경과자(京菓子)”라든가 “경요리(京料理)”도 교토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는 특히 고대 한국계 하타씨(秦氏) 일족과 관계가 깊은 가모씨(賀茂氏)와 조정(朝廷)의 행사로 귀족 마츠리라고도 불렸으며 한편으로는 가모신사의 마츠리라 해서 가모마츠리(賀茂祭)로도 불렸다.
![]() |
||
▲ 출연자들의 머리를 관찰하면 모두 콩잎새(아오이풀)같은 것을 달고 나온다. 그래서 아오이마츠리다. |
아오이마츠리 유래는 ≪가모신사유래기≫에 따르면 6세기 무렵 긴메이왕 시절에 온 일본 에 풍수해가 심각하여 점쟁이에게 점을 쳐보니 가모대신(賀茂大神)이 노한 것으로 나왔다. 점쟁이인 우라베(卜部伊吉若日子)의 해결 방법에 따라 튼실한 말을 골라 방울을 잔뜩 달고 기수는 얼굴에 동물 가면을 쓰고 가모신사 주변을 돌면서 성대한 제사(마츠리)의식을 행하면서 그들은 풍수해를 잠재울 수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한다.
![]() |
||
▲ 헤이안시대 의상과 신발등 철저한 고증으로 챙겨입고 행진하며 말과 소들도 등장 |
일본의 마츠리는 대부분이 고대에 기원을 둔 것으로 풍수재해 예방, 전염병 확산 저지, 국태민안, 풍작 등의 기원을 담고 있으며 아오이마츠리 역시 풍수재해 예방 기원으로 시작되었다. 1693년까지는 가모마츠리(賀茂祭)로 불리다가 아오이마츠리(葵祭)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아오이란 하트모양의 콩잎 같은 풀 잎사귀가 행렬에 참여하는 우마차 장식에 쓰였다고 해서 붙이게 된 이름으로 지금도 행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머리장식에 빠지지 않고 푸른 아오이 잎새가 쓰인다.
![]() |
||
▲ 거리행진 중 말과 소들이 똥을 누는 것을 대비하여 빗자루를 들고 쫓아가는데 역시 머리에는 아오이풀을 달았다. |
현재 아오이마츠리에서는 사이오다이 행렬이 가장 화려하고 볼만한 행렬로 사이오다이란 제사를 관장하던 사이오우를 대신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초기에는 이세신궁이나 가모신사에 상주하던 여성을 가리켰는데 이들은 주로 황실가의 공주 가운데서 뽑혔다. 어수선하던 19세기 막부 말부터 태평양전쟁이 한참이던 시절엔 아오이마츠리가 중단되었으나 1956년부터 다시 시작되어 사이오다이의 화려한 기모노 의상은 마츠리 참가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 |
||
▲ 교토 어소(왕의 처소)에서 가모신사로 제례를 지내기 위해 어소 문을 나가고 있다. 문밖에도 구경꾼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
8세기 전후 왕조시대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황족과 귀족 행렬의 우아함을 보려는 사람들로 마츠리 행렬이 시작되는 교토 어소(御所) 앞마당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이곳 말고도 가미가모신사(上賀茂神社)까지 약 8킬로미터 구간에서는 이 행렬을 볼 수 있기에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다. 아오이마츠리 참여자는 고대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출연자 500명, 말 36마리, 소 4마리 등으로 그 행렬은 700미터 정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악사들도 함께 참여하는 7월의 기온마츠리와는 달리 약간 단조로운 느낌도 든다.
하지만, 5월15일의 아오이마츠리, 7월 16일의 기온마츠리,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는 청수사나 금각사 등의 외적인 문화유산 못지않은 일본인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츠리임으로 이 무렵 교토를 방문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이때를 활용하면 좋은 문화답사도 겸하게 될 것이다.
![]() |
||
▲ 붉은 표시 부분이 아오이마츠리날 행진 코스이다. 각자 편리한 곳에서 기다리면 행렬 전부를 볼 수 있다. 출발은 교토 어소에서 10시30분이며 제례지인 가미가모신사에는 오후 3시30분에 도착한다. |
*아오이마츠리는 교토의 어소로부터 정해진 코스대로 행렬을 하는데 더 정확한 자료는 <교토역> 2층에
있는 교토시관광협회 안내소에 가면 한국어로 된 자료와 한국어 가이드가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교토의 3대마츠리(5월15일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 기온마츠리,10월 22일 지다이마츠리)는 각각 유료석이라고 하여 2000엔 짜리 좌석을 판매하는데 아오이마츠리와 지다이마츠리는 구태여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기온 마츠리는 무덥고 시간이 길므로 얼음물을 잔뜩 준비하고 모자(양산은 뒷사람들에 지장), 긴 소매옷 등 철저한 준비를 한뒤 유료석을 확보하면 관람이 편하다.
아오이마츠리를 구경한 사람들은 어소(御所)바로 옆에 있는 동지사대학(同志社大學, 토시샤다이가쿠)에 가서 윤동주 시인이 수학했던 교정도 거닐고 시비도 보면 좋을 것이다. 시비는 교정 한가운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으므로 찾기 어려우니 정문 수위에게 한국말로 "윤동주"라고 하면 시비가 그려져 있는 안내문을 준다. 윤동주 시비 옆에는 정지용 시인의 시비도 나란히 있는데 마치 고향집 오라버니라도 만난양 기뻐 눈물 날 것이다.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일본말 교재는 해마다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문화나 역사, 습관, 생활 따위의 관한 책은 고인 연못의 물처럼 물갈이가 잘 안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학자는 역사만 파고, 문학자는 문학에만 매달리다 보니 일반인이 통합적인 “일본 이야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가끔 단편적인 일본감상문들이 반짝 시중에 나돌다가 말곤 하는 것을 보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일본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대대학 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