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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바리>는 야쿠자들이 쓰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31)]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대리운전에서 나와바리란 어쩌다 한번 가서 콜 잡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요일별로 몇 시 쯤 어디서 어떤 오더가 나올지 알고 있어야 한다. 정말 착한가격의 오더가 떴을 때를 제외하고는 내 나와바리 내에서 활동하는 게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음-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이 나름대로 나와바리를 정한 예문이 확 눈에 띈다. 글을 올린 사람은 대리운전을 하는 모양인데 나름대로 대리운전에서의 나와바리를 정의해 놓고 있다. 그에 따르면 대리운전도 나와바리가 있어야 수입을 보장 받는다는 것이다.  

나와바리는 의외로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일본말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거의 이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데 남성사회에서는 곧잘 듣게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이 나와 있지 않다. 일본말이라고 뺀 모양인데 무데뽀(막무가내), 요지(이쑤시개) 같은 말은 실려 있다. 

다만 <다음 일어사전>에서 나와바리(なわばり,縄張)’ : 1 줄을 쳐서 경계를 정함. 2 건축 부지에 줄을 쳐서 건물의 위치를 정함. 3 (노름꾼·폭력배 등의) 세력 범위. 세력권. 4 남의 침범·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영역. 5 (동물의) 텃세권. 세력권. 테리토리.’로 풀이 하고 있다. 
 

   
▲ “성과 나와바리”라고 쓰여있다. ‘성이 다스리는 지역’이 나와바리다.

일본위키피디어 사전에서는 물고기 은어의 먹이섭취와 번식과정을 나와바리로 설명하고 있다. 은어가 알을 낳고 부화 할 때까지 다른 놈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인간사회에 적용한 것으로 야쿠자 그룹이 자기가 지배하는 영역에 대한 말로 쓰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말하자면 물고기들의 생존 보호 본능을 인간들이 흉내 내는 말이다. ‘나와바리 의식이라는 말로도 쓰이는데 지역간, 조직간에 부딪혀야 하는 경우에 자기 영역의 존재를 주장하고 확인하는 의식을 말한다. 지기 싫어하는 인간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꼴이다. 이와같은 나와바리 의식이 너무 강하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특히 일본에서는 부동산 소유문제, 어업권 등에서 나와바리의식이 강하다고 한다. 

일본에만 이런 나와바리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토박이 말에 텃세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도 나와바리 못지않은 말이다. 최인호의 <지구인>에 보면 구두닦기도 텃세가 있어서 무턱대고 구두 통을 메고 쏘다닐 수 없다는 것을 종세는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사회의 텃세'도 만만치 않다.  

다만 일본의 나와바리는 텃세+영역+무대의 느낌이 든다. 그러기에 나와바리를 그냥 써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나올법하다. 그러나 영등포는 태수의 나와바리지영등포는 태수의 독무대야이렇게 바꿔 쓰거나 영등포는 태수의 텃세권이지로 바꿔 써도 의미전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