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우리나라 전통성악곡인 가곡은 남자가 부르는 남창가곡과 여성이 부르는 여창가곡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곡은 또한 우조와 계면조로 구성이 돼 있는데요. 우조는 밝거나 힘 있고 활기찬 느낌의 가락이고, 계면조는 조금 어둡고 잔잔한 서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신의 마음을 닦기 위해 했다는 정악 가운데 성악 특히 남창가곡은 정말 담백하면서도 저 가슴 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심연의 소리일 것입니다.
![]() |
||
▲ 가곡 편락 "나무도~"를 불러 청중을 휘어잡았던 젊은 가객 이건형 |
그런데 남창가곡 가운데 반우반계 편락 “나무도”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반우반계란 처음에는 우조로 시작을 해서, 중간쯤 계면조로 바뀌게 돼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설을 가만히 들어보면 나무도 바위도 없는 곧 숨을 곳이라고는 전혀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기고 있는 까투리의 심정을 노래합니다. 그리곤 큰 바다 한 가운데 풍랑과 안개를 만나고, 해는 기울고, 노도 잃고 닻도 끊겨졌으며, 설상가상으로 도둑 떼를 만난 사공의 심경을 노래합니다.
이 편락 “나무도”를 젊은 가객은 힘 있게 그러나 담백하고 차분하게 불러갑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나 한 것처럼 무척 절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절제 속에서 청중을 휘어잡았습니다. 황진이 무덤에서 시조 한 수 지었다가 삭탈관직 당한 임백호 선비를 보는 듯 했지요. (사)월하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3년 세계문화유산 활용 관광자원화 사업의 하나인 “선비문화 체험관광” 무대는 그렇게 우리를 꼼짝 못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