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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정선과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을 볼까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589]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금강산에 들어가는 대문에 단발령(斷髮嶺)이 있습니다. 금강산을 본 사람은 속세에의 미련을 떨쳐버리고 곧바로 머릴 깎아 스님이 되어야 하는 고개라는 뜻일까요? 자존심의 화가 애꾸눈 최북이 금강산에 갔다가 감흥에 못이겨 갑자기 구룡연에 뛰어들게 한 금강산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단발령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는 것은 정선과 이인문의 그림이 많이 다릅니다.

   
▲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 국립중앙박물관

먼저 중국의 그림이 아닌 진경산수 화풍을 완성한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을 보면 “백리에 사람 소리 들리지 않고[百里無人響] 산 깊어 새소리 뿐이로구나[山深但鳥啼]. 스님 만나 갈 길을 물어보고는[逢僧問前路] 스님 가니 다시 길을 잃어버렸네[僧去路還迷]”라는 ”라는 조선 중기의 문신 강백년(姜栢年)의 시 <금강도중(金剛途中)>이 생각납니다. 금강산은 눈 앞에 보이지만 저멀리서 안개 속에 있습니다.

   
▲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 종이에 담채, 개인 소장, 23×45cm

그런가 하면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을 보면 강백년의 감흥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인문이 바라본 금강산은 조선 후기 시인 이병연(李秉淵)의 시 “신선이 사는 궁궐의 금자물쇠를 연 듯 하고, 아름다움 허공에 부용꽃을 묶어놓은 듯” 했는지도 모릅니다. 저 신선의 세상에 들어가려면 필연적으로 안개의 바다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안개와 구름으로 목욕재계를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저 두 그림을 보면서 저는 저 두 금강산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