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최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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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의 억새꽃들!!
불치의 희귀병인 루게릭에 걸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손발이 굳어서 걷기도 어렵고 손가락으로 카메라 셔터도 누를 힘이 없는 최악의 삶 속에서도 그저 필름 살돈만 있으면 행복했던 사진가로 알려진 김영갑!!
여러해 동안 제주 오름을 카메라에 담다가 죽어간 그가 즐겨 올랐던 용눈이 오름에 저도 힘겹게 올라가 그가 행복하게 담았던 억새를 담으며 그의 흉내를 내 보았습니다!!
이제 그는 50년도 채 안되는 짧은 생을 살다가 갔지만 그가 혈육대신 남겨 놓은 사진들은 후견인처럼 남아 제주의 기생화산인 오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제주에 흔해빠진 기생화산이지만 그의 작품으로 인해 우리는 이것이 아름다운 것인줄 알게 된 것이지요.
지금까지 아무 짝에도 쓸 곳이 없는 소먹이, 말먹이 풀밭이었을 뿐이었던 둥근 화산언덕의 억새동산이 제주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라는 것! 그가 아니면 지금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용눈이오름은 지옥불 같이 뜨거운 용암을 품었던 지옥화산의 한 줄기가 서서히 솟아 올라 그대로 굳어 둥굴게 생긴 동산으로 산전체가 온통 거친 화산석으로 되어 있어서 흔해빠진 감자밭으로도 가꿀 수 없어 농사는 전혀 지을 수 없는 불모지 돌맹이 산입니다.
그 버려지고 천덕구러기인 돌밭의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는 억새 씨가 떨어지고 억새 풀밭은 자기들만의 천지를 만들어 사철 푸르름 속에 가을이면 황홀한 하얀 억새꽃 세상을 내보여 주고 있습니다.
기생화산의 억새꽃 천지인 용눈이오름의 둥글고 포근한 어머니 품같은 오름동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 또한 보는 눈을 달리한 김영갑이 사진으로 보여주니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보니 푸른 언덕도 하얀 언덕도 오직 제주도에서만 볼 수있는 아주 특별한 아름다움 인 것을!
그렇게 억새풀밭의 가치를 알고나니 마치 늘 말썽만 피우던 막된 지청구 자식이 돌아와 집안을 크게 일으키는 효자가 되듯 제주만의 특별하고 새로운 관광상품이 되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재발견한 사람 김영갑을 생각하며 이제는 사진가 뿐 아니라 수많은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자취를 찾아 용눈이오름으로 가을여행을 오고 있습니다!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닌데 오름을 올라가 한바퀴 돌아오는 한시간동안 바람에 날아갈듯 했던 순간들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그 세찬 비바람에도 잠시 휘어질 지언정 쉽게 꺾이지 않는 강인함을 보며 약한듯 보이지만 가냘프고 부드러움이 겉모습에 드러난 억새가 결코 나약한 풀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됩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돌밭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억새는 수천년 천덕 구러기 대접을 받았지만 돌밭은 억새를 키워 말도 키우고 소도 키우고 다 자란 억새풀은 제주도 억새 지붕을 덮는 귀한 재료였으며 이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정신적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하이얀 억새풀꽃 속을 힘겹게 걷고나서 오름과 억새와 사진가 김영갑을 번갈아 되뇌어 봅니다.
*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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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수리기술자로 한국인의 삶을 담아온 전통건축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파주 화석정, 파산서원 등과 영주 소수서원의 정밀실측설계, 불국사 일주문, 안동하회마을, 제주성읍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 문화재보수설계 일을 맡아했다. 포천시민의 종 종각설계, 용마산 고구려정, 도피안사 대웅전, 봉선사 종각 등을 설계하였다. 현재 사진활동은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 해리티지채널사진기자, 포토클럽 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