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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얼레빗> 덕담

한국문화재발견

[그림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이제 4346 계사년을 보내고 새롭게 4347 갑오년을 맞았다. 갑오년을 맞으면서 한국문화신문은 독자 여러분께 새해 덕담이 될 말들을 소개한다. 물론 우리의 설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이지만 한해가 바뀐 시점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정리해 본다.
 

설날의 말밑,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한해를 시작하라  

설날은 왜 설이라고 부를까? “이란 말의 말밑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설을 신일(愼日)이라 한다.”라는 것이 가장 종요로운 얘기일 듯하다. 이 말 뜻은 새해가 되면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한해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또 설은 새해라는 정신문화적 낯섦의 의미로 생각되어 낯 설은 날'로 생각되었고, '설은 날''설날'로 바뀌었다거나 한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어 가는 처지를 서글퍼 한다는 "섧다"이 변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설날에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야 말로 한해를 잘 사는 바탕이 아닐까? 

참고로 설날 아침에는 누구나 떡국 한 그릇을 먹는다. 여기서 떡국은 꿩고기를 넣고 끓이는 것이 제격이지만 꿩고기가 없는 경우에는 닭고기를 넣고 끓였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 설을 쇨 때 반드시 떡국을 먹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떡국에 나이를 더 먹는 떡이란 뜻의 '첨세병(添歲餠)'이라는 별명까지 붙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덕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없었다. 

   
▲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마침형 덕담편지(왼쪽, 계명대 소장), 한경(漢經)이 하진백(河鎭伯)에게 보낸 마침형 덕담편지

설날이 되면 우리는 세배를 하고 새해 덕담을 나누는데 대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다. 그런데 이 덕담은 명령투여서 바른 표현은 아니며 예전부터 쓰던 말도 아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덕담을 했는지 알아볼까?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이 글은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숙병이 쾌차했다 하니 기쁘다라며 아직 병중이건만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조 때 사람 한경(漢經)은 하진백(河鎭伯) 집안사람들에게 문안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 보면 하진백이 과거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에 있을 과거에서 급제했다며 미리 축하의 덕담을 보낸다. 

이밖에 명성왕후(明聖王后, 현종 왕비)가 셋째 딸인 명안공주(明安公主)에게 보낸 편지, 인선왕후(어머니)가 숙휘공주()에게 보낸 편지, 순원왕후(재종누나)가 김흥근(재종동생)에게 보낸 편지 따위도 모두 이렇게 미리 좋은 일이 있다는 예견의 덕담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명령투의 말이 아니라 미래의 기쁜 일이 마치 완료된 것처럼 "마침형(완료형)" 덕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 새해부터는 각자의 형편에 맞게 마침형 덕담을 해보면 어떨까?
 

마을마다 있었던 또랑광대의 교훈 

   
▲ 명인 공연에는 수많은 제자나 또랑광대가 함께 할 때 명인은 더욱 빛이 난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또랑광대가 있었다. 그런데 그 또랑광대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판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또랑이란 집 담벼락 옆을 흘러가는 작은 실개천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또랑광대는 또랑에서나 소리자랑을 하는 어쭙잖은 소리광대라는 뜻으로 마을에서나 소리 좀 한다고 우쭐거린다며 비하하여 일컫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 또랑광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편없는 광대일 뿐일까?  

실제 예전 또랑광대는 마을의 크고 작은 일 어떤 마당이나 사랑방 같은 삶의 곳곳을 지키며, 판을 살리던 감초 같은 존재였다. 소리꾼은 소리꾼이되 음악성에 파묻히지 않은 채 판이 요구하는 소리를 하던, 아주 중요한 광대였던 것이다. 늘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과 만드는 판이기에, 판에 보이는 이웃의 면면과 일상사를 훤히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편안함과 익숙함에서 오는 즉흥 사설, 판을 자유자재로 놀리는 놀이성,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덕담이나 재담, 그리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풍자와 해학을 맘대로 구사하던 이들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들 또랑광대는 마을에서 없어서 안 되는 중요한 존재다. 음악성뿐만 아니라 사회성, 더더구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다면 어쩌다 찾아오는 명창보다는 또랑광대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였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수많은 또랑광대 속에서 명창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또랑광대 없는 명창은 없다는 말이다. 꼴찌 없는 일등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보잘 것 없다고 비하하는 또랑광대에게 크게 손뼉을 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살판나기를 

 

   
▲ 남사당패의 땅재주 가운데 "살판" 놀음(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예전 기사들을 보면 경제민주화 시장 열렸다. 공정위와 로펌만 살판났네.”, “MB정부 기간 동안 가계는 곪고 기업만 살판”, “불난 집에 도적이 살판난다.” 같은 기사 제목이 있었다. 여기서 살판이란 말은 무엇을 말할까? 살판은 국어사전에서 재물이 많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거듭되어 살림이 좋아지는 판국또는 기를 펴고 살아 나갈 수 있는 판이라고 말한다.  

다시 이 말의 유래를 백과사전에서 살펴보면 광대가 몸을 날려 넘는 땅재주를 말하고 지예(地藝)’또는장기(場技)’라고도 한다. 이것은 유랑 연예집단이던 남사당패와 솟대쟁이패들이 하던 놀이종목의 한 가지다. 남사당패 12가지의 땅재주 가운데 제일 마지막 재주로서, 땅재주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이 놀이는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벌이는 연예인들이잘 하면 살판이지만 못하면 죽을판이라고 한 데서 따온 것으로 그들 스스로 한탄하며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살판은 서양의 아크로바틱(acrobatic)” 또는 비보이들이 추는 브레이크댄스(Break dance)와도 비슷하고 곡예 또는 기예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살판은 한 바탕 뛰고 났더니 가슴에 케케묵어 뭉친 덩어리가 시원하게 뚫려버렸다.”고 할 정도로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통쾌한 공연이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는 유난히 힘들었던 계사년은 지고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밝아온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가슴 시원한 살판나는 세상이 왔으면 하고 한국문화신문 <얼레빗>은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