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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거문고 명인 백아는 왜 거문고 줄을 끊었을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665]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거문고 타던 백아는 그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는 종자기가 죽고 나자 세상이 텅 빈 듯하여 이제 다 끝났다 싶어서 허리춤의 단도를 꺼내어 거문고 다섯줄을 북북 끊어버리고 거문고 판은 팍팍 뽀개 아궁이의 활활 타는 불길 속에 처넣어 버리고 스스로 이렇게 물었겠지. ‘네 속이 시원하냐?’ / ‘그렇고말고.’ / ‘울고 싶으냐?’ / ‘울고 싶고말고.’”《연암집》-신호열ㆍ김명호 뒤침


   
▲ 박주수가 그린 박지원 초상(왼쪽), 나빙의 박제가 초상

이 글은 연암 박지원(朴趾源)이 안의 현감으로 있을 때 한양 벗들의 안부를 묻는 편지 일부입니다. 특히 이덕무(李德懋)가 죽고 나서 백아처럼 홀로 남은 박제가(朴齊家)가 걱정이 되어 쓴 것입니다. 연암은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친한 벗이 죽었을 때 백아의 심정처럼 박제가의 심정을 마치 곁에서 본 듯 절묘하게 묘사합니다.

종자기는 백아(중국 춘추시대 거문고 명인)가 산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좋다. 우뚝하기가 마치 태산 같구나.” 하였고, 흐르는 물을 마음에 두고 연주하면 “좋다 도도양양하기가 마치 강물 같구나.” 했을 정도로 백아의 음악을 뼛속으로 이해했던 사이이니 어찌 그런 벗이 죽었을 때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고 판을 빠개버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이렇게 뛰어난 연주는 못해도 남의 음악을 깊이 새겨들어줄 줄 아는 사람을 귀명창이라고 합니다. 음악 연주자는 곁에 자기 음악을 뼛속 깊이 사랑해주는 귀명창이 있을 때 행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