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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이도령이 춘향이를 그리면서 읽은 엉뚱한 천자문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677]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심처 감출 ‘장’, 부용작약의 세우 중에 왕안옥태 부를 ‘윤’, 저러한 고운태도 일생 보아도 남을 ‘여’, 이 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 이리저리 노니다가 부지세월 해 ‘세’, 조강지처는 박대 못 허느니 대전통편의 법중 ‘율’, 춘향과 날과 단둘이 앉어 법중 ‘여’, 자로 놀아보자.” 이는 김세종제 춘향가 사설 가운데 “천자 뒤풀이” 대목입니다.

원래 《천자문(千字文)》은 중국 양(梁)나라 때 주흥사(周興嗣)가 1구 4자로 250구, 모두 1,000자로 지은 책이지요. 하룻밤 사이에 이 글을 만들고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고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천자문》이 한자(漢字)를 배우는 입문 서로 널리 쓰여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천자문이 나왔는데 특히 한호 석봉이 지은 《석봉천자문》이 가장 유명한 책입니다.

 

   
▲ 한석봉이 지은 <석봉천자문> 초간본


그런데 위 춘향가 사설을 보면 이도령이 원래의 천자문을 읽을 정신이 없습니다. 광한루에서 춘향을 보고 한눈에 반한 이도령이 방자를 보내 만날 것을 청하지만 춘향이 “꽃이 어찌 나비를 찾느냐”면서 자신을 찾아오라는 뜻을 은근히 비칩니다. 그러자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러 갈 밤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천자문 책을 잡지만 천자문에 쓰인 글 대신 춘향이 만날 생각에 엉뚱한 천자문이 되어 나오는 것이지요.

이 “천자 뒤풀이”처럼 말을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것으로 “국문뒤풀이”도 있습니다. “국문뒤풀이”는 서울지방에서 널리 불리던 경기잡가(京畿雜歌)의 하나로 “언문뒤풀이”라고도 하는데 국문 곧 우리말로된 여러 가지 말을 엮어나가는 것입니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 잊었구나 기역 니은 디귿 리을 기역자로 집을 짓고 지긋지긋 지긋이 살쟀더니 가갸거겨 가문 높은 우리 임은 거룩하기 짝이 없네.“라고 노래합니다. 판소리든 잡가든 사설을 알고 들으면 참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