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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시내에 물 불고 봄빛이 사립문에 가득하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693]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어젯밤 산 속에 비가 내렸으니(昨夜山中雨)
   앞 시내 지금 물이 불었으리라(前溪水政肥)
   대 숲 집 그윽한 봄꿈 깨어나니(竹堂幽夢罷)
   봄빛이 사립문에 가득하구나(春色滿柴扉)

   
▲ 이른봄의 정경(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아직 꽃이 피기는 이르지만 서서히 봄빛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위 한시는 선조 때 삼당시인(三唐詩人, 조선 선조 때의 세 시인 곧 백광훈(白光勳)ㆍ최경창(崔慶昌)ㆍ이달(李達)을 말함)으로 이름났던 백광훈의 <계당우후(溪堂雨後)>입니다. 산에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났고 그 봄비가 그치자 사립문 앞에 봄빛이 완연하다는 내용이지요. 이렇게 이른 봄을 노래한 한시로 윤휴(1617~1680)의 <만흥>이란 시도 있습니다.

    말을 타고 유유히 가다서다 하노라니(騎馬悠悠行不行)
    돌다리 남쪽 가에 작은 시내 맑기도 하다(石橋南畔小溪淸)
    그대에게 묻노니 봄 구경 언제가 좋은가(問君何處尋春好)
    꽃은 피지 않고 풀이 돋으려 할 때이지(花未開時草欲生)

말을 타고 맑은 시내 주변에 펼쳐진 이른 봄의 경치를 느릿느릿 즐기다가, 아직 꽃이 피지는 않고 풀이 막 돋아나려 하는 때가 봄 경치 가운데 가장 좋다고 중얼거리는 내용입니다. 흔히들 봄꽃이 활짝 피고 날씨도 화창한 때가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연과 교감할 줄 아는 윤휴의 눈에는 꽃이 피기 전 풀이 조금씩 돋아나기 시작할 때가 좋은 것이지요. 이 시를 쓸 때 윤휴의 나이가 25살이었음을 생각하면 그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안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