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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소주 마실 때 안주 되는 국민생선 명태

[한국문화재발견]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아가리로 만든 아가리젓 / 눈알은 굽어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 그 기름으로도 약용으로도 쓰인데제이니 /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 되고 시가 되고 약이 되고 안주 되고 내가 되고 니가 되고.” 

위 노래는 2002년 발표한 강산에의 7집 앨범에 있는 함경도 사투리로 맛깔나게 부르는 명태. 그런가 하면 1952년에 발표됐던 굵직한 오현명의 바리톤 목소리로 듣는 양명문 작사, 변훈 작곡의 가곡 명태도 있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 내사랑하는 짝들과 노랑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 살기 좋다는 원산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음 허쯧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 국민생선 명태는 모든 이의 안주가 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명태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음은 물론 명태로 36가지 이상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데 얼큰한 생태찌개에 북엇국으로 주취를 풀어주고, 코다리찜과 구운 노가리는 쇠주 안주로 기가 막히다. 거기에 명태회냉면, 명태식해는 별미고 명태 껍질마저도 반찬거리다. 심지어 이리와 애(), 암컷 알집인 곤이(鯤鮞)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대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명태는 이유원(李裕元)임하필기(林下筆記)명천(明川)에 태()가라는 성을 지닌 어부가 있었는데 어떤 물고기를 낚아 주방 일을 맡아보는 관리로 하여금 도백(道伯)에게 바치게 하였던바, 도백이 이를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으니 모두 알지 못하였다. 다만 이 물고기는 태가라는 어부가 잡은 것이니 도백이 이를 명태(明太)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라고 말밑을 밝힌다. 


방금 잡아 올린 명태는 생태(生太), 잡아서 꽁꽁 얼리면 동태(凍太), 따뜻한 바닷가에서 완전히 말리면 북어가 되고, 명태 새끼를 내장을 빼고 꾸덕꾸덕 말려 너덧 마리씩 코를 꿰면 노가리가 된다. 알을 막 낳고 잡힌 명태는 꺽태, 알을 뱄을 때 잡힌 명태는 난태다. 눈과 바람을 맞으며 낮에 녹았다가 밤에 얼기를 너덧 달 반복하면 해장국의 으뜸 재료인 황태가 된다.  


재미난 것은 황태를 만들 땐 바람이 너무 불면 육질이 흐물흐물해진 찐태가 되고, 너무 추우면 꽁꽁 얼어붙은 백태가 되며, 너무 따뜻해지면 검게 변해서 먹태가 돼 황태보다 못한 서자 취급을 받는다. 그뿐이랴. 얼지 않고 말라버리는 바람에 딱딱해진 황태는 깡태, 속살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한 황태는 골태, 내장을 빼지 않고 통째로 만든 황태는 봉태, 잘못하여 땅에 떨어지면 낙태, 몸통에 흠집이 생기면 파태가 되기도 하여 명태와 관련된 이름은 무려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이름이 붙은 것과 함께 제사상에도 올라 명태는 가히 국민생선임이 증명되고 있다. 그것은 또 온갖 우여곡절 끝에 밥상에 오르는 명태의 일생이 우리네 인생역정과 닮은 데가 있어 더욱 사랑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어와 갈치, 꽁치 등도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어디 명태만 하랴? 


명태는 그 간으로 등잔불을 밝히기도 했고, 심지어 신행 온 새신랑 발바닥을 자지러지게 만들기도 했는데 우리는 그 명태를 복덩이라 생각해왔다. 복 많이 들어오라며 대문 문설주에 매달았던 것은 물론 요즘 도심의 음식점에서도 매달아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음식점에 매다는 것은 미신이라고 손가락질 받을법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아두는 것을 보면 역시 명태는 국민생선이다.  

자 출출한데 얼큰한 동태찌개, 코다리찜에 쐬주나 한 잔 하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