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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이 시대에도 필요한가?

[한국문화재발견] 한국인 철학적 깊이 배어 있어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24절기 중 봄 절기는 입춘부터 시작하여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가 된다. 또 여름 절기는 입하부터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까지다. 이어서 가을 절기는 입추를 비롯하여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며, 겨울 절기는 입동과 함께 소설, 대설, 동지, 소한을 지나 대한으로 끝난다.


그런데 이 24절기는 무엇인가? 이 절기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지으려고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죽 했으면 천체현상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농사지을 때를 알려주는 일 곧, ‘관상수시(觀象授時)’는 임금의 가장 중요한 의무와 권리의 하나였다고 했을까? 그래서 한해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농사지을 때를 알려주는 절기는 중요했던 것이다.


예부터 사람들이 쓰던 달력에는 태음력(太陰曆), 태양력(太陽曆),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 등이 있다. 태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1년을 열두 달로 하고, 열두 달은 29일의 작은 달과 30일의 큰 달로 만들었다. 태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정한 역법이다.


태음태양력은 태음력과 태양력을 절충하여 만든 역법인데, 우리가 음력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태음력을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려고 회귀년에 따라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두고 다시 8년에 세 번의 윤날을 둔다. 하지만 이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 잘 맞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고 옛사람들은 해의 움직임을 표시해주는 24절기를 만들어 같이 썼다.


   

   ▲ 조선의 마음은 추운 겨울 저렇게 까치가 먹을 홍시를  남겨두는 것이다. (사진 허홍구, 창덕궁에서)


하늘에서 해가 1년 동안 움직이는 길, 곧 지구 공전운동으로 해의 위치가 하루에 1도(°)씩 이동하여 생기는 길을 황도(the Ecliptic)라 부른다. 이 황도가 0도일 때는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춘분점(春分點)에 있을 때인데 이때를 ‘춘분’, 15도 움직인 때를 ‘청명,’ 계속해서 15도 이동하면 ‘곡우’가 된다.


다만 이 24절기가 계절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은 분명한데 원래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후에 맞춰진 것이어서 우리나라와는 잘 맞지 않는다. 더구나 옛날과 견주어 기후와 생태계가 많이 달라져서 어긋나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사와 직접 관계없는 도시생활을 하기에 24절기를 알 필요가 없다고 보기도 한다. 그렇다. 보통 현대인들에게 24절기의 물리적인 의미는 없다.


하지만, 우리 겨레가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철학적 깊이가 있음을 알아야 하고 그 속에서 이 시대에도 적용될 철학적 의미를 찾아내 우리의 삶 속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24절기 안에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한 속내가 녹아 있음이다.


예를 들면 입춘(立春)에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이 있다. 입춘에 이웃을 위해 아무도 몰래 좋은 일을 해야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심판 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람이 죽어서 상여 나갈 때 부르는 상엿소리에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라고 묻는다.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을 지어다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골라놓는다든지, 냇가에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것들이다.


또 입동(立冬)에는 겨울철 먹을 것이 모자랄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마음을 강조한다.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그의 시에서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라고 노래했다.


그런가 하면 추분(秋分)엔 중용과 겸손 그리고 향기(香氣)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뜻이 깃들어 있다. 자, 이래도 현대인에게 전혀 의미 없는 24절기일까? 절기 때를 맞춰 볍씨를 담그고 모내기를 하고 하는 일이야 우리가 굳이 알 필요가 없을지라도 최소한 이들 절기가 지닌 철학적 의미는 살펴서 이 시대에 다시 적용할 필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