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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동체의식을 다지며 찬밥을 먹는 한식 (寒食)

[한국문화재발견]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오늘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한식(寒食)으로 찬밥을 먹는 명절이다. ‘한식의 다른 이름으로  고초일(苦草日), 금연일(禁煙日), 숙식(熟食), 냉절(冷節)이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왜 명절에 찬밥을 먹게 되었을까? 그에는 다음 두 가지의 설이 전한다. 먼저 중국 춘추시대 개자추(介子推, 介之推)란 사람이야기다. 

개자추는 진()나라의 공자 중이(重耳)를 위해 헌신했다. 특히 중이가 망명생활을 할 때 그를 19년 동안이나 극진히 모셨는데 중이가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고기를 구할 수 없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 구워줄 정도였다. 뒷날 중이가 문공(晉文公: 재위 636628)으로 즉위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벼슬을 주었으나 개자추는 등용하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개자추가 산에 들어가 숨어 살았는데 문공이 나중에야 잘못을 깨닫고 불렀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문공이 개자추를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이에 응하지 않고 산속에서 타죽었다. 그래서 문공은 이날만은 개자추를 추모해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고대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원시 사회에서는 모든 사물이 생명을 가지며, 생명이란 오래되면 죽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랐다. 불도 마찬가지여서,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쓴 불을 끄고 새 불을 만들어서 쓰는 개화의례를 주기적으로 했다. 그래서 옛 불이 죽고 새 불이 새로 붙을 때까지 과도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식을 언제부터 명절로 여겼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고려 문종 24(1070) 한식과 연등 날짜가 겹쳐서 연등을 다른 날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따라서 적어도 고려 전기에는 한식이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식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성묘를 했으며, 달걀에 누가 그림을 더 잘 그리는지 겨루는 놀이 곧 투란(鬪卵)놀이를 했다. 

   
▲ 임금이 내린 불씨를 받을 때까지 불을 쓸 수 없기에 한식(寒食)이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청명조(淸明條)에 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쳤는데 임금은 이 불을 신하들과 360곳의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불은 임금이 내려준 불이란 뜻으로 사화(賜火)’라 했다. 수령들은 한식날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불렀다. 

불을 다스리는 것은 예전에는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 임금이 내려준 불을 백성에게 함께 씀으로써 온 백성이 공동 운명체임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불이 꺼지지 않게 불씨통(藏火筒)에 담아 온 나라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껍질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 물론 이때 새 불을 받을 동안은 찬 음식을 먹었을다. 따라서 한식에 찬 음식을 먹는 유래를 중국의 개자추 설화에서 찾기 보다는 우리의 개화의례에서 찾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궁궐에서는 이날 종묘 제향을 지냈고, 종묘에 모시지 못했거나 후손이 없는 임금과 비빈 등에 대해서도 성묘를 했으며, 허물어진 능묘를 보수하기도 하였다. 또 민간에서는 설날, 단오, 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로 여겨 산소에 가 성묘를 했는데, 그 가운데 한식과 한가위 때에는 가장 성하여 교외로 향하는 길에 인적이 끊어질 않았을 정도였다.

한편 농가에서는 이날을 맞아 밭에 씨를 뿌렸다. 그래서 소가 건강한지 보려고 소를 부려보기도 한다. 또 한식 무렵이면 볍씨를 담그지만 씨는 뿌리지 않는다. 이때 씨를 뿌리면 말라죽거나 새가 파먹는 고초일(苦草日)이라고 불렀다. 또 강원도 지역에서는 과일나무의 벌어진 가지 사이로 돌을 끼워 넣는 과일나무 장가보내기를 하는데, 이는 열매를 잘 열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겨레의 명절 한식”, 이제 명절로서의 수명이 다했지만, 예전 새 불을 함께 쓰던 공동체 의식을 다시 생각해보고, 밭에 씨를 뿌리던 이날 우리도 새롭게 인생의 씨앗을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