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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연산군도 자식 어루만지듯 백성을 사랑하라고 유시하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44]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근래 비상한 재변(겨울 천둥, 지진, 겨울이 봄같이 따뜻한 것, 흰 운기가 하늘에 뻗친 것 따위)이 자주 일어나는데, 재변은 공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인사(人事)에 잘못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비록 공구수성(恐懼修省, 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하여 천심(天心)을 돌리고자 하였으나 성의가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하니, 밤낮으로 걱정하며 두려워할 따름이다.”

이는 《명종실록》 7년(1552) 1월 20일 치 기록입니다. 명종은 당시 지진 같은 재앙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몹시 두려워하며 반성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폭군으로 알고 있는 연산군도 즉위한 해 11월 25일 팔도 관찰사에게 백성을 사랑하도록 유시를 내립니다.
 

   
▲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연산군과 부인 신씨 무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굳건해야 나라가 안정되는 것인데, (...) 지금 내가 새로 대업을 계승하며 매양 백성의 처지가 어렵고 힘듦을 생각하니, 언제나 나 때문인가 하는 마음으로 안타깝다. 이는 허다한 군읍의 수령을 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얻지 못한 것이니, 백성에게 노역을 시킬 때에 어찌 징발이 고르지 못하거나 오래 일을 시켜서, 백성으로 하여금 춥고 더운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인가. 한 사람이 제 자리를 잃어도 화기를 상하고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니, 경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잘 체득하여 백성을 기르는 관리로 하여금 모두들 자식을 사랑하여 어루만지는 것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해서, 민간에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없게 하라.”

뒤에 폭군이 되어 쫓겨난 연산군도 처음에는 이렇게 자식을 사랑하여 어루만지는 것 같이 백성을 사랑하라고 관찰사들에게 각별히 일렀습니다. 지금 세월호 참사에 모든 국민이 아파하고 있지요. 이때 우리 공직자들이 정말 연산군만큼이라도 국민을 사랑했다면 이렇게 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