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김영조 기자] 어떤 이는 “아쟁연주를 들으면 마음속으로 깊은 슬픔의 강물이 지나간다. 활대가8개의 줄을 문지르며 내는 그 소리는 들어본 사람은 다 가슴이 먹먹하다 할 정도로 한이 서려있다.”라고 현악기 아쟁을 얘기합니다. 이 아쟁은 국악기 가운데 가장 낮은 음을 내는 악기로 거문고보다 큰 몸통에 긁은 줄을 얹고, 개나리 나무로 만든 활대에 송진을 바르고 줄을 문질러 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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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네의 한을 소멸시키는 아쟁 / 산조아쟁 8현(위), 정악아쟁 10현 |
아쟁은 연주자의 앞쪽에 수평으로 뉘어 놓고 '활대'를 수직방향으로 써서 연주하거나, 가끔씩 손가락으로 가야금처럼 뜯기도 하면서 연주하지요. 아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는데 정악아쟁은 7현∼10현이며, 산조아쟁은 정악아쟁보다 조금 작고 주로 8현입니다. 아쟁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 퍼져있는 악기 '쟁(爭)'의 하나로 보기도 하지만, 우리의 아쟁(牙箏)은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퉁겨서 연주하는 일본의 “고토(箏, koto)”나 중국의 “쟁(箏, zheng)”과 달리 유일하게 활대를 이용하여 줄과의 마찰로 소리를 내는 악기지요.
텔레비전 사극에서는 가끔 오열하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올 때 쓰이는 악기 아쟁, 격정적인 슬픔이 이어질 때 듣는 이의 가슴이 미어지도록 하는 아쟁. 이 오열하는 듯한 아쟁의 슬픔은 아녀자의 슬픔이 아닌 남정네의 눈물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것은 가볍고 높은 소리가 아닌 무겁고 장중한 소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아쟁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스스로 매몰되는 그런 한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한을 뛰어 넘어 급기야는 한 자체를 소멸시켜버리는 위대함일 것입니다. 남정네들이여, 남정네라는 죄 때문에 펑펑 울지 못한 분들은 한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아쟁산조 음악을 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