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국립으로 창극단이 생겨 보다 활발하게 국악극 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여성국극의 기세도 50년대를 지나 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점차 쇠락하기 시작하였는데, 많은 까닭 가운데 하나가 재미있으면서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는 극본의 부재나 스타의 부재, 때를 같이 해서 영화나 TV 등 다른 대중 오락물의 증가가 주원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덧붙여 국립의 국극단이 새로 창단되어 여성국극의 스타 및 중심인물들이 국립단체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여성국극단의 작품제작이나 규모가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1980년대 말부터는 마당극 형태의 공연물이 꾸준히 제작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해 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1990년대 말부터《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창작 경서도 소리극이나 정가극, 재담극 들도 선을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사명감을 지닌 명창이나 단체들이 단발성 협찬을 받기도 하지만, 자비를 들여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그 중에서도 이춘희를 비롯한 경서도 명창들은 이 분야의 초기 활동을 주도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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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가극단> 공연 한 장면 |
1930년대 전국적으로 잘 알려졌던 <대동가극단>이란 공연 단체가 있었다. 박황의 《창극사연구》를 보면 이 단체를 이끌던 인물은 유명한 줄타기의 명수였던 과천 출신 임상문의 부친인 임종원이었다. 이는 바로 경기명창 임정란의 집안사람이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웃음을 잃은 우리 민족이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던 시절, 임종원를 위시하여 강남중, 신영채, 이화중선, 박초홍 등이 함께 참여하였으며 그 뒤 임방울을 비롯하여 정광수, 신영채, 박초월, 이화중선, 박귀희 같은 유명 소리꾼들과 무용의 김산호주, 줄타기의 김영철, 곡예의 김하경 등도 함께 활동했고 한다.
과천에 살고 있는 경기명창 임정란은 집안의 자랑이며 과천의 명물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서일까? 소리극단의 필요성을 일찍이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과천골 딸 부자집 경사났네’로 시작하여 최근 ‘대동가극단의 맥을 잇다’등의 여러 작품을 무대에 올려 소리극의 가능성을 제기해 왔으며 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재담극의 전통을 잇고 있는 백영춘 역시, 2000년도부터 매해 꾸준히 <장대장타령> <삼생인연> <아! 도라산아>, <아리랑>등을 무대에 올려왔다. 특히 <장대장타령>은 고전 해학극의 하나로 1900년대 초기에 박춘재가 잘 불렀는데, 서도지방의 1인 창극조인 배뱅이굿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무대나 원각사 시절에 박춘재, 김홍도, 문영수 등은 재담극으로 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으나 이를 계승 하려는 전승자가 없어 단절 위기에 놓였던 것을 백영춘이 오늘에 되살린 것이다. 그 외에 이춘희, 김혜란, 유창 등은 새로운 창작작품으로 경기소리극을 시도해 왔고, 유지숙과 김경배는 서도소리극을 꾸준히 공연해 왔다.
이처럼 민간들의 음악극이나 연희물 등은 국가의 지원 없이 힘겹게 명맥을 유지해 올 수 밖에 없었기에 한 때, 인기 절정에 있었다고 해도 새로운 레퍼터리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일반 대중들은 다른 오락물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아마도 그것이 전통물이든 현대물이든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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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영춘 명창의 <장대장타령> 등 공연 장면 |
지난해 말, 처음으로 가졌던 창작국악극 대상 제도는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국악인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감동의 시상식이었다. 따라서 이와같은 시상식 제도가 인기를 끌기 위한, 또는 선심을 쓰기 위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차제에 창작국악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점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창작국악극이 활성화되어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국악을 생활 속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국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국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단체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악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나 집행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나가야 될 숙제인 것이다.
창작국악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극본의 소재가 건전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어야 한다. 창작국악극이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흥미본위의 오락성만 추구하는 저질의 극본보다는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이고 아울러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작품의 원천은 설화나 무가, 민요나 재담, 기존의 소설이나 창작소설에 기반을 둔 작품이어야 친근감과 보편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극본의 선택은 국악극의 사회적 기능이나 교육적 기능도 염두에 두고 취택되어야 일회성 극본임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어떤 어법의 성악도 그 뿌리는 전통음악에 두어야 한다. 창작 국악극인 만큼 판소리 어법도, 경기나 서도소리의 어법도, 또는 가곡이나 재담소리에 의한 성악이라 해도 그 뿌리는 전통음악에 두고 창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음악극은 시나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대사에 음악을 실은 것이다. 그러므로 남도 지방의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건, 또는 경기지방이나 서도 지방의 소리를 중심으로 하건, 아니면 정가풍 중심이나 새롭게 작곡된 성악 중심, 그도 아니고 이러한 여러 장르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어법이라고 해도 창법이나 시김새의 처리 등, 음악적 표현의 기저는 반드시 전통음악 어법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