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이 때에 와서 세자가 호위병을 거느리고 성균관에 이르러, 유복(儒服, 유생들이 입는 옷)을 입고 대성전(大成殿)에 들어와서 문선왕(文宣王, 공자)과 네 분의 배향위(配享位)에 제사를 지내고,(......) 박사에게 속수례(束脩禮)를 행하고, 세자가 당(堂)에 올라 소학제사(小學題辭, 주자가 쓴 소학의 머리말)를 강(講)하였다. 돌아와 신궁에 나아가서 잔치에 배석하였는데, 임금이 학관(學官, 교육을 맡아 하던 벼슬아치)과 학생에게 음식을 주도록 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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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자시강원에 걸어두었던 <춘방> 편액으로 효명세자의 예필(국립고궁박물관) |
《세종실록》 3년(1421) 12월 25일 기록입니다. 조선시대 왕세자는 '세자시강원' 관원에게 수업을 받았습니다. 세자시강원은 왕세자의 교육을 전담하던 기관으로, 영의정이 책임을 맡았지요. 그때 성균관에서 열린 왕세자의 입학식은 나라의 큰 행사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제자가 가르침을 얻으려면 스승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했는데, 그 예법을 가리켜 '속수례'라 합니다. '속수(束脩)'는 '한 묶음의 포'라는 뜻으로서 비단, 포 등 가장 간소한 예물을 드렸던 것이지요.
위 기록처럼 왕세자라 할지라도 입학식 절차에 따라 처음 뵌 스승께 속수례를 깍듯이 해야 했는데 왕세자가 "아무개가 지금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으려고 감히 뵈옵기를 청합니다."라고 하면 사부는 "아무개는 덕이 없으니, 왕세자께서는 욕됨이 없게 하소서." 합니다. 뮬론 왕세자가 아닌 때는 "내 학식이 부족하여 그대들에게 도움이 없을까 저어하네."라고 하지요. 이처럼 스승께 예를 다하여 제자가 되기를 청하고 깨우침을 전하는 스승도 겸손한 마음으로 사양하다 받아들이는 것이 조선시대의 좋은 관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