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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보리 한 줄기에 이삭 네 개가 나왔다고 하례하지 말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56]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우리 국민 가운데 세종임금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지 않는 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종은 임금이 된 뒤 10년 동안 한 해도 가뭄이 들지 않은 때가 없었기에 매우 어렵게 임금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흉년이 연이어지자 흙을 파먹는 백성이 생겨날 정도였지요. 그래서 세종은 특히 “밥은 백성의 하늘”이라고 생각했기에 평소 임금의 처소인 강녕전을 떠나 경회루 옆에 초가를 짓고 무려 두 해나 살았습니다.

그러나 초가에서 살고 근신하며 기우제를 지낸다 한들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농업서의 펴냄이었습니다. 세종은 1429년(세종 11) 정초(鄭招), 변효문(卞孝文) 등을 시켜 《농사직설(農事直說)》을 펴냈는데 여기에는 땅을 가는 법, 모판 만드는 법, 씨앗 고르기와 갈무리(보관)법, 옮겨 심는 방법, 비료 만드는 법,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방법 따위가 적혔지요. 심지어는 씨앗을 눈 녹은 물에 여러 번 담갔다가 씨를 뿌리라고 했는데 이는 현대 과학으로도 인정된 방법이라고 합니다.
 

   
▲ 세종이 정초(鄭招), 변효문(卞孝文) 등을 시켜 펴낸 《농사직설(農事直說)》표지(왼쪽)와 속


이 《농사직설》도 역시 세종의 백성사랑이 만들어낸 역작이지요. 그런데 《농사직설》이 보급된 8년째인 1437년에는 경상도 예천군(醴泉郡)에서 생산된 보리가 한 줄기에 서너너덧 이삭이 있다며 태평 시대의 기운이 모인 것이라고 임금께 하례하는 보고가 올라옵니다.(《세종실록》 19년 5월 5일 기록) 그러자 세종은 이에 “흉년을 당한 지금 상서로운 보리가 나오니, 오히려 내가 심히 부끄러운데 어찌 하례를 받겠느냐.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에 하례하지 말라.”라고 말합니다. 지금 정치인들은 자신의 공덕을 억지로라도 만들려고 하는데 세종은 그저 백성 사랑에 온 정성을 쏟았을 뿐 자신의 자랑거리로는 만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