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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은 소만, 만물이 가득찬 대신 죽추와 보릿고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59]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사월이라 맹하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펴질 때에 뻐꾹새 자로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이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8째 절기 소만(小滿)으로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滿]는 뜻이 있습니다. 이때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어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이지요.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잇는 바쁜 철입니다.


   
▲ 소만 무렵엔 "붕숭아 물들이기'를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입하와 소만 무렵에 행했던 풍속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지요. 봉숭아(봉선화)가 피면 꽃과 잎을 섞어 찧은 다음 백반과 소금을 넣어 이것을 손톱에 얹고 호박잎, 피마자잎 또는 헝겊으로 감아 붉은 물을 들입니다. 이 풍속은 붉은색[赤]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동지팥죽, 산수유열매, 혼인하는 신부가 찍는 연지곤지도 같은 풍속입니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선화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이 무렵엔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보릿고개’ 때였으며, 죽추 현상이 나타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죽추(竹秋)”란 대나무가 새롭게 생기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느라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는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 하지요. 소만 때는 겉으로 보기엔 온 세상이 가득차고 풍족한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굶주림의 보릿고개와 대나무 빛깔이 죽어가는 죽추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 만물이 푸르름으로 가득 찼지만 대나무는 홀로 누렇다.(죽추, 竹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