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일본 교토에 가면 “고려미술관”이 있습니다. 고려미술관은 정조문 선생이 1988년 10월 25일에 설립한 곳이지요. 선생은 40여 년 동안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개인 재산을 들여,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 1,700점을 되찾아 고려미술관을 설립한 것입니다. 1,700점의 우리 문화재를 되찾은 것, 이것은 정조문 선생 방식의 치열한 ‘독립투쟁’이었습니다. 문화재 한 점 한 점이 선생에게는 “조선” 그 자체였기에 문화재들이 일본인들 손에 들어가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의 화각삼층장(華角三層欌)
이 고려미술관에는 여러 가지 문화재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을 꼽는다면 단연코 “화각삼층장(華角三層欌)”입니다. 화각삼층장은 화각공예로 빚은 삼층장인데 화각공예는 소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어서 그림을 그린 뒤에, 그림이 소뿔에 비쳐 보이도록 뒤집어 목공예품에 붙여 치장하는 전통 공예 기법입니다. 소뿔의 뒷면에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이 벗겨지지도 않고 은은한 소뿔의 광택도 즐길 수 있습니다. 화각공예는 목공예품의 표면을 꾸민다는 점에서 보면 나전칠기공예와 비슷하지요. 다만 그 재료가 나전은 얇게 간 조개껍데기라는 점이 다른 것입니다.
화려한 채색과 그림을 이용하는 화각공예는 많이 알려진 나전칠기공예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무늬와 그림이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민화풍이라 크고 작은 함이나 빗접, 버선장, 머리빗이나 바느질 도구, 베갯모 같은 여성용 가구나 소품을 만들 때 주로 쓰였지요. 화각공예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로 지정되어 지금도 계승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