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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부끄러움으로 눈물 흘리는 “백자무릎모양연적”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77]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하늘 선녀가 어느 해 젖가슴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天女何年一乳亡      
오늘에 우연히 문방구점에 떨어졌다네  今日偶然落文房      
나이어린 서생들이 앞 다퉈 손으로 어루만지니 少年書生爭手撫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만 주르륵 흘리네  不勝羞愧淚滂滂

   

                   ▲ 국립중앙박물관 "백자무릎모양연적"


이름 모를 한 시인이 쓴 “연적(硯滴)”에 관한 한시입니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백자무릎모양연적”을 보고 쓴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백자복숭아모양연적”을 보고 쓴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연적은 원래 벼루에 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쓰임새로 썼던 것이라 젊은 서생들의 손길에 연적 곧 선녀의 젖가슴이 부끄러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 묘사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백자무릎모양연적”은 아무런 그림도, 무늬도 없는 그야말로 순백의 백자입니다. 그러나 백자달항아리가 아무런 그림도 조각도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처럼 이 백자연적도 보는 이를 한참 동안 붙들어두는 매력이 있습니다. 위쪽에는 물이 들어가는 입수구, 왼쪽 약간 윗부분의 튀어나온 부분이 물을 벼루에 붓는 출수구지요. 이 모양을 보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서 기대서서》를 쓴 고 최순우 선생은 한복을 입은 젊은 처자가 한쪽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은 모양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벼루에 물 따르는 도구 연적 하나에도 옛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