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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조아라가 연주하는 취태평(醉太平) 발표회

[국악속풀이 164]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부여지방에서 6월에 열리고 있는 시조 강습회와 내포제시조의 김연소 예능보유자의 시조창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시조시는 그 형식이 간결 소박하기 때문에 그 형태상의 특성이 유학자들의 취향과 딱 들어맞기에 조선의 유학자들에 의해 크게 발전된 분야가 곧 시조창이라는 이야기, 오늘날의 시조창은 조선조 영조 무렵부터 부르기 시작한 노래로 당시에는 시절가요라고도 했다는 이야기, 세련 정제된 형식미와  선율선의 유장미, 표현의 절제미, 창법상의 장중미를 느끼게 되는 노래이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나 현대인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포제시조의 김연소 예능보유자와 <충남통합시우회>의 이규환, 김영숙 등 제씨들은 정성을 다해 시조 관련 행사를 추진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 부여에서 울려 퍼지는 시조창의 기운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원과 함께 지역의 큰 축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 5월 23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젊은 가야금 연주자 조아라 양의 취태평(醉太平) 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 <평조가진회상>을 연주하는 조아라

조 양은 국악중학교 시절부터 가야금을 시작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재원이다. 수차례 개인 발표회와 해외 연주 경험도 쌓았고, 특히 전국가야금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객관적인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이다. 현재는 크라운 해태그룹의 전속 연주단체인<락음국악단>의 가야금 연주자로 활동하는 한편, 틈틈이 개인의 연구활동이나 공연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촉망받는 유능한 젊은 연주자이다.
   
우리는 간혹,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가 있다. 새로운 문화의 유입을 진보로 보거나 발전으로 보는 쪽에서는 전통의 존재는 발전의 장애물로 간주될 때도 있어 가슴 아플 때가 있다. 전통음악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때로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유입되기도 하고 젊은 작곡가들에 의해 창작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국악계 중견 연주자들과는 달리 젊은 연주자들의 일부는 기존의 전통음악인 정악보다는 산조를 선호하는 편이고, 또한 산조보다는 창작곡이나 퓨전을 즐겨 연주하고 발표하는 추세이다.

조아라 양처럼 느리고 재미없는 정악, 영산회상의 별곡을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악만을 무대에 올리는 연주자들은 매우 드물다. 욕심 같아서는 조 양처럼 느리고 여유 있는 음악을 무대에 올리는 연주자들이 점차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발표회에서 조 양은 취태평(醉太平)을 연주하였다.  취태평은 곧 <영산회상>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원래 <영산회상>의 넓은 의미는 석가의 교설(敎說)이고, 나아가 불교자체를 의미할 뿐 아니라, 불교의 상징적인 표상으로서의 뜻을 지닌 말이었다. 그러나 음악적인 용어로서의 <영산회상>은 9곡의 모음곡으로 이루어진 현악기 중심의 합주음악을 말한다. 반하여 관악기 중심의 관악영산회상도 있고, 영산회상을 4도 낮게 이조한 평조회상도 있다. 모두 원곡인 영산회상을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다.

   
▲ 평조단소와 가야금 병주로 <평조가진회상>을 연주하는 조아라(왼족)

영산회상은 원래 성악곡이었던 것이 조선조 후기로 내려오면서 기악화 되었고, <중령산>이하 여러 악곡이 파생되면서 연주형태도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기존의 9곡 외에 계면, 양청, 우조가락도드리 같은 3곡을 첨가하기도 하고, 제5~6곡 사이에 미환입(수연장)을 삽입하여 연주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이러할 경우, 영산회상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달리 특별한 편성이라는 의미로 <별곡> 또는 <가진회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관악 영산회상이나 평조회상의 경우에는 구성곡이 8곡인데, 그 안에 어느 특정곡을 삽입하거나 첨가하는 연주형태는 없다. 다만 그 명칭에 있어서 관악영산회상을 다른 이름으로는 <삼현영산회상>, 또는 <새면영산회상>, 그리고 아명으로는 표정만방(表正萬方)으로 부르기도 하며 평조회상을 유초신(柳初新), 또는 취태평으로 부르고 있다.

심신이 극도로 피곤해 있을 때, 관악영산회상을 들으면 생기가 돋고, 주체하기 힘든 욕망이 끓어오를 때, 현악영산회상을 대하면 곧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기교보다는 성정에 바탕하여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조절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조아라 양이 박형례의 단소가락과 조화를 이루며 연주한 취태평은 영산회상의 9곡, 천년만세의 3곡, 그리고 미환입을 삽입하여 13곡을 연주하는 별곡의 형태이지만, 특별히 평조회상처럼 4도 아래로 조옮김한 형태로 연주하였다. 이 음악이 개인의 수양, 그리고 사회를 교화시켜 온 음악이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되며 느리고 꾸밈없는 영산회상 전곡 연주에 더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

거듭 조아라 양의 용기에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