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영건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지은 각종 건축물의 공사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일종의 건축공사 보고서입니다. 이 책에는 집을 지을 때 나무는 어디서 가져오고 단청 물감은 어떻게 구해오며 벽돌 굽는 장인은 누구였는지와 같은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지요. 뿐만 아니라 궁궐의 왕과 왕비 또는 대비가 거처하는 침전의 도배에 관한 것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방바닥은 장지에 기름을 먹인 장판지로 바르고 사방의 벽은 백능화지로 도배하여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천장은 봄을 상징하는 푸른빛을 쓴 청능화지로 도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운현궁 노락당의 청능화 무늬+용무늬(왼쪽), 덕수궁 중명당의 용봉무늬 도배지
당시 사용한 문양지의 종류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책자의 표지에 자주 사용되는 능화문양의 종류가 여럿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청능화지와 백능화지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백능화지는 운모가루를 백색 물감으로 삼아 능화문을 찍어내는 것으로 은은함을 주는 멋스러운 종이입니다. 청능화지는 대원군의 집인 운현궁에서 쓰였지요.
이 밖에도 용봉지가 있는데 덕수궁의 중명당에 쓰였던 것으로 용무늬로 둥글게 꾸민 것과 봉황의 모습으로 꾸며 동그랗게 표현한 봉황무늬가 서로 교차되게 배치하여 천장에 발랐던 것입니다. 《영건의궤》에 나오는 종이의 이름을 보면 지질과 생산지에 따라 대략 7종에서 70여 종의 종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조선시대의 종이 기술은 그 맥이 끊어져 안타깝다는 소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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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빛 능화무늬에 푸른빛 당초무늬의 운현궁 노락당 도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