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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김동명, 코쿨 앞에서 어머니에게 옛이야기 들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80]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내 나이 어렸을 제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혹은 코쿨 앞에 마주 앉아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말하자면, 달 속의 계수나무와 옥토끼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은하수가의 견우직녀 이야기, 천태산 마구 할멈 이야기, 구미호 이야기, 장사 이야기, 신선 이야기 그리고 유충렬전, 조웅전, 장화홍련전, 고담책 이야기 이 밖에도 슬프기로는 타박녀의 이야기가 으뜸이었다. 영영 가버린 어머니를 찾아 슬피 울며 타박타박 걸어가는 타박녀.”

   
▲ 강원도에서 방안 조명과 난방으로 쓰였던 코쿨(재현, 김동명 생가)

이는 초허 김동명의 수필 “어머니”에 나오는 한 부분으로 여기서 “코쿨”이라는 말을 생소하다고 할 분들이 있을 겁니다. 겨울철 활동이 여의치 않는 추운 지방에서는 겹집을 짓고 살았는데 외양간·방아실·곳간과 헛간은 물론 보통 부엌에 있는 숙화(宿火, 불씨 보관하는 곳)·화덕·아궁이·부뚜막 따위도 함께 만들어 놓았지요. 특히 이런 시설 가운데 김동명의 수필에서는 방안에 코쿨도 해놓았다고 하네요. 코쿨은 방귀퉁이에 설치된 것인데 소나무 옹이를(광솔) 잘게 쪼개어 등잔불 대용으로 불을 밝혔으며, 난방을 겸하던 도구의 하나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허초 김동명 시인(金東鳴, 1900~1968)은 강릉 사천 출신으로 망국(亡國)의 한을 노래한 “파초”를 비롯하여 “내 마음은 호수요”, “수선화” 등 주옥같은 시를 남긴 한국 현대시사에 있어 대표적인 전원파 시인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제에 항거하여 1942년부터 해방될 때까지 붓을 꺾고 창씨개명을 거부한 민족시인이었고 군사정권 하에서는 올곧은 선비정신으로 불의 앞에 항거한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분이지요. 코쿨이란 말은 지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10년대만 해도 강원도 산골의 훈훈함과 함께 불을 밝혔던 소중한 도구였던 것입니다.

 

   
▲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에 있는 김동명 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