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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시대, 신을 화나게 해서 비를 내리게 하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81]

[그림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하지 날부터 처서까지 두 달 동안 무서운 더위는 계속된다. 춘분부터 길어가던 해도 이제 길대로 길어 하지를 고비로 다시 짧아드는데 긴긴해 시퍼런 하늘에는 산봉우리 구름이요, 삼복을 앞두고 하루해가 세어간다. 피서까진 엄두도 못하지만 망중에 짬을 타서 가까운 강과 녹음을 찾아가는 도시민들의 간소한 여름차림도 있어야 하겠지만 보리타작에 바쁠 농부들의 등에는 멱 감은 듯 구슬땀이 흐르고 있으려니 강한기력으로 삼복을 맞이하자.” 위는1950년 6월 22일치 자유신문의 “하지” 기사입니다.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 번째에 해당하는 하지(夏至)입니다.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는데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지요. 조선시대에는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면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우제”가 무려 3,122건이나 나올 정도이지요. 기우제의 유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하며, 연기를 통해 천신에게 기원을 전한다고도 합니다.

또 성물(聖物)이나 성역(聖域)을 더럽히거나 신에게 압력을 넣는 방법도 있지요. 성물(聖物)이나 성역에 더러운 것을 뿌리거나 넣으면 신이 비를 내려 깨끗하게 해주리라 생각했으며,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강압적으로 비를 오게 하기도 합니다. 부정물은 개, 돼지의 피나 똥오줌이 주로 쓰이지요. 농사는 나라의 뿌리였으므로 가뭄이 들면 임금이 나랏일을 잘못해 내리는 천벌이라 하여 임금 스스로 몸을 정결히 하고 하늘에 제사 지냈으며, 식음을 폐하고 거처를 초가에 옮기고, 죄인을 석방하기도 했지요. 보리타작을 하고 벼심기를 끝내는 하지 무렵에는 하지감자도 나와 보릿고개를 겨우 면하고 한숨 한번 쉴 때입니다.

   
▲ 1950년 6월 22일치 자유신문의 ‘하지’ 기사

   
▲ 하지엔 모내기를 마치고, 감잔전 부치며 감자떡 해먹는 <감자 환갑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