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산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다
토하며 가고 삼키며 오는 그 뜻이 깊어라
예나 지금이나 그 많은 떠도는 이들
등한히 놀기만 할뿐 그 까닭 돌이켜 보지 않네
이는 ‘소소래사’에 나오는 이자현의 시에 진각국사(1178~1234)가 답한 시입니다. 고려시대의 인물인 진각국자 혜심은 <무의자시집, 無衣子詩集>에 248수의 시를 남겼는데 세속을 떠나 깊은 산 속에서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높은 도의 경지를 읊은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그를 일컬어 최초의 승려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1201년 사마시에 합격하여 태학에 들어갔으나 어머니의 병환으로 집에 머물면서 불경을 탐독하다가 어머니 사후 조계산에서 보조국사 지눌을 은사로 출가하였습니다.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43호로 지정된 혜심고신제서(惠諶告身制書)는 고려 고종 3년(1216)에 조계산 제2세 진각국사 혜심에게 대선사의 호를 하사한 제서(制書, 임금이 내리는 글의 하나)입니다. 이것은 마름모꼴 꽃무늬가 있는 홍, 황, 백색 등 비단 7장을 이어서 만든 두루마리에 묵서한 것으로, 크기는 가로 3.6m, 세로 33㎝입니다. “혜심고신제서”는 고려시대 승려에게 하사한 제서 가운데 몇 점 남지 않은 귀중한 자료로 지금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 보존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