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오늘은 음력으로 유월유두(6월15일)입니다. 우리 겨레가 즐겼던 4대 명절로는 설날, 단오, 한식, 한가위를 꼽는데 예전에는 이 날 말고도 정월대보름, 초파일, 유두, 백중, 동지도 명절로 지냈지요.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유두(流頭 : 음력 6월 15일)와 백중(百中 : 음력 7월 15일)이 무엇을 하는 날인지 잘 모릅니다. '유두날'은 유두국수를 먹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유두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유두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에서 “류두”를 따서 이르는 말입니다.
유두는 산라 때부터 있던 풍속으로 동방의 가장 원기가 왕성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유두를 신라 때는 이두로 '소두'(머리 빗다), '수두'라고도 썼습니다. 수두란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로 '물맞이'라는 뜻입니다. 요즘도 신라의 옛 땅인 경상도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고 부르지요.
▲ 퇴계 종가의 유두천신 제사 상차림(국립문화재연구소)
유두가 신라시대 때부터 있던 명절임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13세기 고려 희종(熙宗) 때 학자인 김극기(金克己)의 《김거사집(金居士集)》에 "동도(東都, 경주)의 풍속에 6월 15일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액(厄)을 떨어버리고 술 마시고 놀면서 유두잔치를 한다."는 기록입니다. 유두의 대표적인 풍속은 유두천신(流頭薦新)으로 이는 유두날 아침에 유두면, 상화떡, 연병, 수단, 건단과 피, 조, 벼, 콩 따위의 여러 가지 곡식을 참외나 오이, 수박 등과 함께 사당에 올리고 제사를 지내던 풍습을 말합니다.
또한 이날 농촌에서는 밀가루로 떡을 만들고 참외나 기다란 생선 따위로 음식을 장만하여 논의 물꼬와 밭 가운데에 차려놓고 농사신에게 풍년을 비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지요. 시대가 바뀌어 유두날 자체를 까마득히 잊고 살지만 유두국수를 해서 이웃과 도란도란 먹던 아름다운 모습만은 기억해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