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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날 버린 임,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난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80.]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 리 못 가서 되돌아오누나
에헹 어야 어야 더야 내 사랑아 에헤”


위는 서도민요의 하나인 <사설난봉가> 일부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리랑> 가사에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십리도 못가서 발명이 나는 것은 물론 한 술 더 떠서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을 만나고 삼십 리 못 가서 돌아온다고 합니다. 아리랑은 그저 발병 나기를 바라는 정도지만 사설난봉가는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임이 떠나면 칼부림나기도 하지만, 우리 겨레는 원래 임이 떠나도 해코지를 하는 대신 그저 민요 한 자락 부르며 가슴 속에 쌓인 한을 날려 버립니다.

   
▲ 사설난봉가를 부르고 있는 서도민요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

그런데 사설난봉가의 해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이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 나누나.”라든가 “영감을 데리고 술장사 하자니 밤잠을 못자서 걱정이고 총각을 데리고 뺑소니치자니 나만한 사람이 실없어 지누나”라거나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우에다 우물을 파려마”라고 합니다. 이렇게 뛰어난 해학으로 한을 승화시키는 우리 민요는 메마른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단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