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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경관은 사라지고 건물뿐인 '삼척 죽서루 '

 

   

▲ 죽서루 앞마당에서 본 죽서루, 누정에 올라보면 오십천 변의 경치가 보인다.

   

▲ 죽서루의 현판 정면 2층 누각에 쓰인 명필의 글들, 관동제일루, 죽서루

   

▲ 죽서루의 측면, 왼쪽에는 오십천이 흐른다.

   

▲ 죽서루의 1층 기둥-1, 자연상태의 바위들이 제멋대로 놓여있다.

   

▲ 죽서루의 1층기둥-2,  바위와 기둥이 서로 이를 맞추어 자리하고 있다.

   

▲ 죽서루의 1층기둥-3, 바위가 없는 곳에는 자연초석을 설치하고 기둥을 세웠다.

   

▲ 죽서루 2층누각,  누각에는 200명이 앉아도 충분할 만큼 넓다.

   

▲ 누각의 외부에서 내려다 본 오십천 주변은 옛 정취는 사라지고 아파트와 현대 건축물이 빼곡하다.  동국박람회를 기념한 야릇한 건물이 경관을 차지하고 있다.

   

▲ 죽서루의 공포,  조선조에 세워진 다른 누각들보다는 단순 간략한 공포를 하고 있다.

   
▲ 누각 안에서 본 모습. 자연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나무들이 정비가 안된채 자라났다.

   

▲ 누각에서 무더위를 식히며  글을 읽는 사람들,  마치 옛날 선비들 모습을 연상해본다.

 

   

▲ 제일계정 조선조 현종때 명필 허목의 글씨,  유려한 필체가 마치 계곡의 물이 휘몰아 내려간 듯 하다.

   
▲ 율곡이 죽서루에 올라 읊은 죽서루

   
▲ 죽서루 주변의 대나무


[그린경제/얼레빗=최우성 기자] 강원도 동해 삼척에 있는 건축문화유산, 아름다운 오십천 강가에 있는 계정으로 죽서루가 있다. 오십천 강가가 아름다워, 누가 보아도  정자를 지을 만한 경관이 되는 곳이기에 이곳에 누정을 지은 것이다.

처음 이곳에 누정이 지어진 것은 고려중기라고 한다. 제왕운기를 지은 이승휴가 이곳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어 고려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건축양식을 보면 현재의 죽서루는 조선시대에 주로 보이는 익공양식은 아니고, 기둥의 상부에 고려시대 양식의 헛첨차 공포형식이 보인다.

그런데 수리한 기록에 따르면 태종때인 1403년 삼척의 부사였던 김효손이 고쳐 지은 것으로 나와 있다. 본래 고려시대 건축양식에 세월이 오래되고 보니 부재들을 일부 갈고 기와도 보수한 것으로 보인다.

 '죽서루'란 본래 죽서루 바로 옆에 있던 절이름이 '죽장사'였기에 붙은 이름이기도 하고  또 이곳의 이름난 명기인 '죽죽선녀'가 바로 옆에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본래 큰 절이었던 '죽장사'는 일제시대 죽서루의 앞마당에 삼척읍사무소와 학교가 들어서게 되면서 완전히 헐려 없어졌다. 

지금은 이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죽서루 앞마당이 넓은 광장으로 회복되고, 죽장사터에는 본래의 죽장사보다는 작지만  '삼장사' 라는 절이 다시 들어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죽서루 근처에는 예전부터 대나무가 많이 있었는지 죽서루의 근처에는 지금도 왕대밭이 무성하다. 어쩌면 본래부터 대나무가 많아서 '죽장사'였고, 그래서 '죽서루'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죽서루는 한국의 많은 정자 누각 중에서도 입지여건이 특이하여 주변이 온통 바위투성이인 지점에 누각을 지었는데 한국인의 자연관과 건축에 대한 생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명소이고 명물이다.

바위로 울퉁불퉁한 지반을 그대로 두고 바위를 그대로 기단으로 삼아,  높낮이가 서로 다른 잘 다듬은 인공의 나무기둥을 1층에 세우고, 울퉁불퉁한 바위와 나무기둥을 맞추기 위하여 나무기둥 아래와 기초를 이루는 바위면이 잘 밀착 되도록 나무 밑둥을 긁어내고 파내어 '그랭이질'하여 완전히 밀착시켰으며, 기둥의 윗부분은 같은 높이가 되도록 수평면을 만들어  그 위에 누각을 지은 것이다.

한국의 누정은 그 어디나 정자에 앉아서 보면  빼어난 전망의 장소를 골라 세웠다. 정자는 산 위에 있으나 물가에 있으나 그 누정에서 보는 산천경계가 아름답다. 이곳에 오르면 누구라도 저절로 시 한 수가 나올만한 곳에 누정을 짓는 것이 한국인이 갖고 있는 정서다 그것은  자연과 일체가 되고자 하고자 하는 심성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국의 누정은 누정 건물 자체로서도 아름답지만, 누정에서 굽어보는 자연 경치야말로 누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누정의 기둥과 기둥사이 공간으로 외부의 산천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가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곳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신선이 된다.

그래서 그 어느 정자나 한국의 정자에는 기둥위 천장아래에는 수많은 시인들이 지은 시를 당대 최고의 묵객들이 일필 휘지한 시들로 빼곡하다. 삼척 죽서루에도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시가 걸려있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누정을 짓고, 그 누정에서 시인이 되던 선인들의 감각을 이제는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죽서루는 그대로인데 죽서루 주변이 너무도 변해 버려서 누정에 앉아서 잠시 쉬는데는 별 문제가 없으나, 오십천 강변에 아파트 등 고층건물들이 들어서서 경관을 다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오십천 건너편에는 삼척을 알린다고 세계동굴박람회를 개최하며 지은 이상한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더니 박람회가 끝난뒤에는 오십천의 주인처럼  호화찬란하게 서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다. 누정이라하면 누정에서 경관을 굽어볼 수 있도록 누정앞의 나무들은 잘 정리 해야 할 터인데  오십천 절벽 위에서 수년째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거목으로 자라나서 죽서루 누정마루의 기둥과 기둥 사이로 삐죽이 올라오도록 돌보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래가지고는 온전한 죽서루가 아니라 건물만 남은 죽은 죽서루가 아니고 무엇인가?

삼척의 죽서루는 옛부터 관동팔경에도 손꼽히는 명승이고 아름다운 누정이다. 옛 선인들이 발견하여 멋진 곳에 아름다운 누정을 세웠던 본래 누정의 의미를 알고 느끼고 즐겼던  편액의 글처럼 지금이라도 죽서루 둘레의 함부로 자란 나무와 풀이라도 정비를 하여 "관동제일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문화재수리기술자로 한국인의 삶을 담아온 전통건축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파주 화석정,  파산서원 등과 영주 소수서원의 정밀실측설계, 불국사 일주문, 안동하회마을, 제주성읍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 문화재보수설계 일을 맡아했다. 포천시민의 종 종각설계, 용마산 고구려정, 도피안사 대웅전, 봉선사 종각 등을 설계하였다. 현재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 문화재청 해리티지채널사진기자, 불혹의 포토클럽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