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고려 사람들이 마음을 닦던 <청자기린뚜껑향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12]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선비들은 예로부터 운치 있는 4가지 일 곧, 4예(四藝)를 들었는데,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시고, 그림을 걸고, 꽃을 꽂는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심신수양의 방법으로 거처하는 방안에 향불을 피운다 하여, “분향묵좌(焚香默坐)”라는 말도 있을 정도지요. 그렇게 옛사람들은 향을 생활화 했습니다. 그래서 도자기에는 “백제금동대향로”처럼 뛰어난 향로들이 많습니다. 여기 고려청자로 빚은 국보 제65호 <청자기린뚜껑향로[靑磁麒麟蓋香爐]>도 있습니다.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무렵에 만든 청자향로로 높이는 20㎝입니다. 향을 피우는 부분인 몸체와 상상속의 동물인 기린이 꿇어 앉아있는 모습을 한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 국보 제65호 <청자기린뚜껑향로[靑磁麒麟蓋香爐]>, 간송미술관 소장

몸체는 윗부분이 넓게 바깥쪽으로 벌어져 있고 짐승모양을 한 3개의 다리가 떠받치고 있습니다. 몸통에는 구름무늬로 꾸며졌고 윗면 가장자리에는 세 곳에 구름무늬가 자리 잡았고 그 위에 뚜껑을 덮도록 하였습니다. 뚜껑 한복판에는 뒤를 돌아보고 있는 기린이 조각되어 있고, 기린이 앉아있는 자리의 옆면에는 번개무늬가 돌아가며 오목새김(음각)되었지요. 원래 기린의 머리에는 뿔이 돋아있었으나 지금은 부러져 있고, 목뒤 부분은 곱슬곱슬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눈은 검은색 물감을 써서 점을 찍었고, 향을 피우면 향 연기는 벌려진 기린의 입을 통해 나오도록 만들어졌지요.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徐兢)이 1124년에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금속기로 만든 짐승모양의 뚜껑 있는 향로는 궁궐의 모임 때 향을 사르기 위해 쓴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보다 이 청자향로는 당시 성행했던 불교 의식에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향을 살랐다 해서 마음속의 악취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옛 선비들처럼 마음을 닦는 데 쓴다면 점차 마음속에는 향이 가득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