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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소인들은 득세하고, 군자들은 고통 받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19]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古史不欲觀  옛 역사는 보고 싶지가 않네
   觀之每병淚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걸
   君子必困厄  군자들은 반드시 고통을 당하고
   小人多得志  소인들은 득세한 자들이 많으니.
   垂成敗忽萌  성공할 즈음이면 문득 패망 싹트고
   欲安危已至  편안해질 듯하면 이미 위태함 따라오네
   從來三代下  삼대시대 이후로 오늘날까지
   不見一日治  하루도 올바로 다스려진 적 없는데
   生民亦何罪  백성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冥漠蒼天意  저 푸른 하늘 뜻 알 수가 없네.
   旣往尙如此  지난 일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而況當時事  하물며 오늘날의 일이겠는가
.

위 한시(漢詩)는 조선 중기 문신으로 17세기 후반 공납제도의 폐단을 혁파하기 위해, 대동법 실시를 주장했던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 ~ 1658)의 “옛 역사를 보면(觀史有感)”입니다. 시인은 소인들이 권세와 명예와 부를 차지하고 군자는 늘 고통을 면치 못하니 백성들이야 오죽 할까 생각하지요. 또 시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은 소인배들의 싸움터가 되어 버렸기에 사마천 이래 군자들은 늘 하늘의 뜻을 물었고, 시인 자신도 하늘의 뜻을 알 수가 없다고 탄식합니다.


   
▲ 김육(金堉, 1580 ~ 1658)의 초상, 대동법大同法의 시행규칙을 담은 김육의 《호서대동사목湖西大同事目》

김육(金堉, 1580-1658)은 효종 때 대동법을 적극 추진한 한당(漢黨)의 당수였습니다. 이때 대동법의 도입을 강력 반대한 충청도를 근거지로 삼은 것은 산당(山黨)이었는데 그 우두머리는 송시열이었지요. 김육에 따르면 “호서에서 대동법을 실시하자 마을 백성들은 밭에서 춤추고 삽살개도 아전을 향해 짓지 않았다.”라고 할 정도로 백성에게는 큰 환영을 받았지만 대동미를 내야 하는 토지소유자들 곧 양반지주 계급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김육은 일찍 과거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대한 꿈을 접고 책 읽으며 농사를 짓다가 마흔 세 살에 늦깎이로 출사하여 후일 영의정까지 올랐지요. 그에게는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으려는 강직한 인물이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개혁적인 정치가로서의 치적이 많았던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또 그때 사대부들이 헛된 논리에 매몰되었던 것과는 달리 그는 백성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정책들을 제안했지요. 그래서 그는 《구황촬요(救荒撮要》, 《벽온방(瘟方)》 같은 백성들의 굶주림과 질병에 관한 책들을 펴냈으며 은광개발, 동전사용의 확대, 수차 보급 등을 주장했습니다. 김육의 시를 읽어보면 예나 지금이나 소인들이 권세와 부를 모두 차지하고 대신 수많은 백성은 고통 속에서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