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평상, 조선시대엔 즐거움 현대엔 권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32]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고가 도로 밑, 평상에 아저씨들 몇이 앉아있다
삼화표구, 전주식당, 영진오토바이 주인들이다
(줄임)
무슨 얘기 끝에 대화가 뚝 끊겼는지,
평상에 앉은 네 사람의 방향이 제각각인 채 침묵의 무릎을 세우고 있다
저 장면을 사진 찍거나 그림 그려서 ‘권태·오후’ 같은 제목을 붙이면 제격일 텐데
아저씨들 저녁이 오면 슬슬 일어나서 고기를 굽거나 화투장을 만질 것이다.”


   
▲ 평상(平床), 조선시대 19세기, 개인 소장

정병근 시인이 쓴 “평상(平床)”이란 제목의 시입니다. 평상(平床)은 나무 또는 대나무를 써서 그 위에 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만든 네모난 대(臺)로 대개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데. 평상의 길이와 너비는 대개 2:1의 비율이지요. 평상의 가에는 난간이 있기도 하는데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기도 합니다. 평상은 주로 대청마루나 누(樓)마루 또는 나무 아래에 놓고 이 위에서 쉬거나 글을 읽거나, 손님과 더불어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조선 후기 선비 화가 윤두서(尹斗緖, 1688~1715)가 그린〈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에는 여름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평상을 놓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또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가 그린〈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에도 사랑채 대청마루에 평상을 놓고, 그 위에 사람이 누워있는 장면이 있지요. 이런 그림들을 보면 조선시대의 선비는 게으른 모습을 경계하지만, 잠시 평상의 즐거움은 은근히 누렸던 모양입니다. 한편 덕흥리 고분, 약수리 무덤, 쌍영총 벽화 따위에 고구려 고분 벽화들에 모두 평상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미 고구려 때부터 평상을 즐겼던가 봅니다.


   
▲ 윤두서(尹斗緖, 1688~1715)가 그린〈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