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백성의 한까지 노래했던 허난설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34]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東家勢炎火 양반댁의 세도가 불길처럼 성하던 날
    高樓歌管起 높은 누각에선 풍악 소리 울렸지만
    北隣貧無衣 가난한 이웃들은 헐벗고 굶주려
    腹蓬門裏 주린 배를 안고 오두막에 쓰러졌네

위는 《홍길동전》의 지은이인 허균(許筠)의 누나 허난설헌(許蘭雪軒)의 한시(漢詩) “감우(感遇)” 일부입니다. 호가 “난설헌”이요, 본명은 초희(楚姬)지요. “감우(感遇)”란 그냥 생각이 나서 썼다는 얘기지만 피지배층의 빈곤과 지배층의 부유를 비판하며 피지배층을 억압하는 모든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허난설헌의 눈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는 “모든 백성들이 달공이 쳐들고 / 땅바닥 다지니 땅 밑까지 쿵쿵거리네 (줄임) 성 위에 또 성을 쌓으니 / 성벽 높아 도적을 막아내겠지만 / 무서운 공적(恐賊) 수없이 몰려와 / 성 있어도 막지 못하면 어찌 할 거나.”라고 성 쌓기에 지친 백성의 한을 노래하기까지 합니다.


   
▲ 허난설헌 글씨와 그림 <양간비금도>, 22.5×22.5cm

조선 중기 선조 때의 여류시인으로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작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던 허난설헌(1563 ~ 1589).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는데 8살 때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한시를 지어 주변의 어른들을 놀라게 하였다지요.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시어머니의 학대와 무능하고 통이 좁은 남편, 몰락하는 친정에 대한 안타까움, 앞서 간 자식들에 대한 슬픔 등으로 허난설헌은 건강을 잃고 점차 쇠약해져 가다 그가 사랑했던 난초가 지듯이 27살의 나이로 목숨을 거둡니다. 그러나 그의 시집 《난설헌집》이 중국과 일본에서까지 간행되었고, 격찬을 받았다고 하지요.

 

   

▲ 강릉시 초당동, 허난설헌과 허균 생가(사진작가 최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