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월선리 산마루에 드리운 붉은 저녁노을 / 충혼탑에 어리는 소나무 그림자가 길고 깁니다 / 어린 핏덩이 업고 / 삼일만세 뒷바라지하다 / 왜놈에 아기 빼앗겨 살해되고 / 차디찬 옥중에서 부르던 조국의 노래 (중간줄임) / 어이타 스물일곱 그 꽃다운 나이에 / 왜놈의 모진 고문 끝내 못 이기고 / 생의 긴 실타래를 놓으셨나요? (뒤줄임)
이는 이윤옥 시인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2권에 나오는 이애라 애국지사에게 바치는 헌시 가운데 일부입니다. 오늘은 이애라 (李愛羅, 1894.1.7 - 1921.9.4) 애국지사가 스물일곱의 나이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순국한 날입니다. 그는 남편인 이규갑 애국지사와 함께 동지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는데 당시 백일된 딸을 업고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왜경에 아기가 살해당하는 참극을 겪을 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 이애라 애국지사가 주인공인 김수호 작가의 소설 《애일라》, 도서출판 얼레빗, 이애라 애국지사와 가족들의 독립운동 공적이 담긴 충남 아산 <충국순의비>
이후 국내에서는 요시찰 인물이 되어 꼼짝 달싹 못하게 되자 그는 남편이 있는 러시아로 가기 위해 떠나지만 그만 블라디보스톡에서 잡혀 고문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스물일곱의 나이로 이역 땅에서 불귀의 객이 된 것이지요. 유해는 지금껏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짧지만 ‘독립운동’이라는 굵은 획을 그은 이애라 애국지사의 삶은 김수호 작가에 의해 《애일라》라는 소설로 태어나 소설 속에서 우리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일제의 침략 역사가 없었다면 이애라 애국지사도 여성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천수를 누렸을 텐데 93년 전 오늘 돌보는 이 없는 이국땅에서 숨져간 이애라 애국지사가 더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