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며칠 뒤면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입니다. 지금은 그저 귀성행렬로 몸살 앓는 것 밖에는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예전에는 많은 세시풍속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거북놀이”와 “밭고랑기기” 그리고 “반보기”라는 풍습이지요.
먼저 “거북놀이”는 수수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어 거북이 흉내를 내는 사람을 앞세우고 “동해 용왕의 아드님 거북이 행차시오!”라고 소리치며, 풍물패와 함께 집집이 방문합니다. 방문할 집에 가면 대문에서 문굿으로 시작하여 마당, 조왕(부엌), 장독대, 곳간, 마구간, 뒷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들보 밑에서 성주풀이를 하지요. 조왕에 가면 “빈 솥에다 맹물 붓고 불만 때도 밥이 가득, 밥이 가득!” 마구간에 가면 “새끼를 낳으면 열에 열 마리가 쑥쑥 빠지네!” 하면서 비나리를 합니다. 이렇게 집집을 돌 때 주인은 곡식이나 돈을 형편껏 내놓으면 이것을 나중에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지요.
▲ 한가위 세시풍속, 전남 진도의 '밭고랑기기"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또 전남 진도에서는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깁니다. 이때에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에 놓고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시집가면 출가외인이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딸과 친정어머니가 명절이 지난 다음 중간에 만날 장소를 정해서 먹거리를 장만해가지고 가 만나는 것을 “반보기”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으니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만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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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도에 만나는 "반보기"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