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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6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선전관 조영이 자신의 무릎을 쳤다.

“옳다. 이순신이 꼴 보기 싫어서 그 반대인 북쪽의 여진으로 간 것은 아닐까?”

오표는 남몰래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의 추측은 하품이 나올 만 한 것이었으나 정작 방향은 정확히 짚은 셈이었다. 김충선은 현재 여진에 머물고 있을 것이었고, 그 곁에는 오표 자신이 평생을 걸쳐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 일패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었다. 오표는 손을 뻗어서 자신의 술잔을 쥐고 단숨에 마셔버렸다.

“어허, 이 친구가 술이 많이 고팠던 모양이로구만.”

조영은 다시 술병을 들어서 오표의 잔을 채워 주었다.

“오표라고 했던가? 제법 무예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여기 강지평과는 막역한 관계라고?”

오표는 대꾸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 해명을 하고 나섰다.

“이 친구야? 신세는 내가 지고 있는 것이지. 무슨 소리야?”

“자네의 그 놀라운 권력의 줄에 내가 의지하고 있는 형국이지. 강지평이 아니라면 내 어디 가서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겠는가.”

선전관 조영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암, 강지평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 새삼 깨우쳤지. 그런 의미에서 우린 아주 훌륭한 동지가 될 수 있을 것 같군.”

오표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조선의 임금 선조와 공모하여 이순신의 장계를 감추고 억지 누명을 이순신에게 씌었던 선전관이었다. 이번에는 항왜 장수 김충선을 올가미에 옭아 넣어 죽이자는 수작을 요표, 자신과 더불어 하자는 것이 아닌가.

“지체 높으신 분과 동지가 되어도 괜찮을까요? 우리 같은 칼잡이들에게 너무 과분한 거 아닙니까.”

“천만에! 난 이미 자네가 마음에 들었으이.”

조영은 제법 호기롭게 오표의 손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다행입니다.”

오표는 높낮이가 없는 무미하고 건조한 대답을 꺼냈다. 역시 강두명은 눈치가 빠른 위인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오표의 의중을 읽고 있었다.

“오표, 만일 자네가 여진으로 떠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내가 다른 방도를 찾아보겠네. 조금이라도 내키지 않는다면 말해 주게.”

오표의 시선이 강두명으로 옮겨졌다.

“내게 그럴 선택권이 있던가?”

“물론이지.”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선전관 조영이 약삭빠른 눈알을 굴렸다.

“나와의 여행이 부담스러운 것인가?”

“그건 아니오. 단지......”

“단지 뭔가?”

‘선조의 꼬리치는 개와 상종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표현을 하고 싶었으나 억눌렀다. 오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피곤한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