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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띠풀집에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벗이어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51]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臨溪茅屋獨閒居  시냇가 띠풀 집에 한가히 지내노라니,
   月白風淸興有餘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가득하네.
   外客不來山鳥語  손님이 오지 않으니 산새가 찾아와 지저귀는데,
   移床竹塢臥看書  대나무 밭에 평상을 옮겨놓고 누워서 책을 보네.

위 시는 고려 말 충신으로 호가 야은(冶隱)인 길재(吉再)의 한시 <閒居(한가히 지내다)>입니다. 그는 새 왕조인 조선에 벼슬하지 않고 금오산(金烏山)에 은둔하여 후학 양성에만 몰두했지요. 고려 조정에서 벼슬을 했던 야은은 이씨(李氏)들의 조선에서 벼슬에 나가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이 욕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 길재는 평상에서 책을 보는 즐거움으로 살았다. 공재 윤두서의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


야은은 시냇가에 띠풀로 이은 집을 짓고 조용히 삽니다. 이 집에는 손님이 찾아오지 않지만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더없는 벗이 되지요. 그뿐만 아니라 산새까지 곁을 지켜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습니다. 야은은 한술 더 떠서 한가함 속에 평상을 대나무 그늘 속에 옮겨놓고 누워서 달빛에 책을 봅니다. 벼슬을 탐하는 속세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에서 그는 은자의 낙을 한껏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야은은 어머니에 대한 효도가 지극하며 세상의 영달에 뜻을 두지 않고 성리학 연구에만 몰두하였기에 그를 본받고 가르침을 얻으려는 학자가 줄을 이었는데 김종직(金宗直), 김굉필(金宏弼), 정여창(鄭汝昌), 조광조(趙光祖) 같은 대학자들이 그의 학맥을 이었지요. 1678년(숙종 4)에 길재의 청절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청풍서원(淸風書院)이 충청남도 금산에 있습니다. 벼슬 하나 얻으려고 쓸개도 간도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길재 야은의 삶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던져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