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오늘은 선의 왕후(宣懿王后) 기신(忌辰, ‘기일-忌日’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아침의 어선(御膳, 임금에게 올리는 음식)에 육찬(肉饌, 고기붙이로 만든 반찬)이 있었는데, 나의 눈이 침침하였기 때문에 분변하지 못하고 집어 먹었다가 깨닫고서 토했었다.(今日宣懿王后忌辰也。 朝者御膳有肉饌, 而予眼昏, 故不辨而下箸, 覺而之矣)” 《영조실록》 47년(1771) 6월 29일 자 기록입니다. 이를 보면 영조임금은 육고기를 싫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조임금은 재위 기간이 가장 긴 임금이기도 했지만,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임금이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이던 일 곧 “감선(減膳)”을 89차례나 했을 정도로 임금으로서의 처신을 분명히 할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조의 감선은 권력 사이에서 신하들을 경고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고 하며, 심지어 감선이 아니라 아예 굶는 일도 어려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 조선왕조궁중음식, 그러나 영조임금은 무려 89차레나 감선했다.(문화재청)
또 영조는 자신의 몸을 잘 섭생하여 오래 살았던 임금인데, 밥 먹는 시간도 정확히 지키고 소식 했다도 하지요. 더구나 식성도 까다로워 나이가 들수록 밥맛이 떨어지자 약간 짠 듯한 굴비와 톡 쏘는 갓김치, 매콤한 고추장이 입맛을 당긴다며 무척 즐겼지요. 그뿐만 아니라 쌀밥보다는 보리밥을 즐겨 먹은 것은 물론 비린내가 나는 회와 생선은 절대 먹지 않았습니다. 이런 영조의 식생활은 육식을 즐기고 온갖 병고에 시달렸던 세종과는 대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