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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헉! 내 말 속에 '일본말찌꺼기"가

한글날에 돌아보는 "일본말 찌꺼기" 특별강연 대전에서 열려

[그린경제/ 얼레빗 = 윤지영 기자]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니 강연 내내 부끄러웠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집사람과 아이들도 데리고 올 걸 그랬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뒤풀이를 하러 동태매운탕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강연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그렇게 말했다.

어제 3일은 4346주년 개천절 날이지만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지부장 이순옥)에서는 아주 특별한 강연을 마련했다. 곧 돌아오는 10월 9일 제568돌 한글날 기념 강연으로 “우리말 속에 남아있는 일본말 찌꺼기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한다)”를 저자인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을 초청해 듣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오후 5시부터 시작한 광복회 대전지부 강당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을 비롯한 시민 50여명이 자리를 함께해 경청했다.

   
▲ 이윤옥 지음 <오염된국어사전(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한다)>을 중심으로 이날 특강이 열렸다

 “왜, 우리는 광복 69주년이 되도록 일본말 찌꺼기를 우리말 속에서 골라내야 하는 것일까? "기자 역시 그런 생각으로 참석했다. 이제는 좀 이런 지긋지긋한 일에서 해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들었지만 쉬는 시간도 없이 2시간 내내 저자의 열강하는 모습에서 기자의 그러한 “생각”은 말끔히 가셨다. 아니 한술 더 떠 이러한 강연은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이날 강연은 평소 우리말글에 무관심했던 기자에게 많은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 국민의례란 궁성요배, 기미가요,신사참배를 뜻하는 말이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강연은 저자인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인물과사상사’를 통해서 펴낸 이 소장의 책 《오염된 국어사전》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이날 강연은 2가지로 집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우리 삶 속에 남아있는 잉꼬부부, 야끼만두, 자부동 같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과 국민의례, 국위선양, 부락과 같은 민족의 자존심을 해치는 말로 구분하여 2시간 동안 휴식 없이 이어졌다.

 이윤옥 소장은 요즘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 들려오는 금메달 행진을 두고 사람들이 “선수들의 국위선양”을 말하지만 이 말은 명치정부를 전 세계에 알리자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다뤄줘야 할 《표준국어대사전》이 “국위선양”이란 말자체를 올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멸사봉공 (滅私奉公)”이나 “국민의례” 같은 말의 유래를 설명하면서《표준국어대사전》이 이러한 말의 유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예전부터 쓰던 우리말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언론이 '간지터진다'라는 말을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

 

   
▲ '진격의 거인'이라는 일본 만화에서 유입된 젊은이들의 "진격" 남발 모습

특히 이 소장은 <조선총독부 관보>에 나오는 “모든 관공리(官公吏)가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열을 불태우면 관민이 원활함은 물론, 지성(至誠)이 감천하여 지주와 소작인, 혹은 기업자와 노무자와 사이가 좋아지고 국가(일본)에 대한 총친화(總親和), 총노력(總努力)에도 큰 실리(實理)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조선 총독 미나미 지로의 훈시를 예로 들어 ‘멸사봉공’을 설명하면서 낱말의 깊은 속뜻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국립국어원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또한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는 ‘간지난다’와 같은 말은 일본말 ‘간지(感じ)’에서 온 말이고, ‘진격의 짜장면’에서 진격이란 ‘크고 대단하다’라는 뜻으로 빗대어 쓰고 있는데 이러한 말은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進撃の巨人)》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 우리말글 속에 들어 있는 일본말찌꺼기에 대한 역사성에 대한 열강을 하는 이윤옥 소장

 이 소장은 와리바시(나무젓가락) 같은 말은 많이 사라졌지만 하나의 말이 사라지면 또 다시 그 자리에 다른 일본말이 대신 들어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스(서랍장)’의 예를 들어 " ‘단스’는 에도(1604-1868) 말기에 들어서서 겨우 서민들이 쓰게 된 단순한 옷을 담는 바구니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장롱문화는 그 역사가 매우 깊고 대단한 것인데도 무심코 ‘단스’라는 말을 쓴다.”며 “단순히 일본말을 한국말로 바꿔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글생활에도 민족성, 역사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도 '우리말글 사랑'에 대한 열의가 컸다

 이 소장은 보충 설명에서 한국의 장롱문화는 재료에 따라서 오동나무 장, 지장(紙欌), 자개장, 비단장, 화각장, 삿자리장, 주칠장(朱漆欌), 죽장(竹欌), 용목장, 화초장, 화류장, 먹감나무장 등이 있었고 용도에 따라서는 버선장, 반닫이, 머릿장, 의걸이장, 문갑, 경상, 궤안, 뒤주, 고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뛰어난 가구를 쓰던 겨레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 말글살이의 이러한 잘못은 나라 예산을 써서 만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잘못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표준국어대사전》이 “국민의례” 같은 민족자존심을 해치는 말들에 대한 분명한 풀이도 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식물의 경우 꽃이 피는 모습을 “총상화서, 육수화서, 원추화서”처럼 풀이했는데 이러한 풀이는 일본식 풀이이므로 한국인의 시각에서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 568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을 기념하는 특강으로 마련된 이번 강연은 일제침략시기의 뼈아픈 역사 속에 남겨진 일본말 찌꺼기를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가를 우리 자신에게 되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운영하는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이 일본사전을 무비판적으로 베껴놓고 있는 것은 ‘민족의 대수치’라는 지적에 깊은 공감을 나눈 시간이었다.

   
▲ 이날 열린 특강에 참여한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회원과 저자

 " 우리말이 이렇게 일본말에 오염된 채 정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할말이 없습니다. 우선은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저라도 열심히 알리겠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인 양덕춘 씨는 이번 강연을 듣고 나오면서 부끄러운 우리말의 자화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