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지난 3월에는 정조임금이 쓴 “정조국문어필첩(正祖國文御筆帖)”이 경매에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정조국문어필첩(正祖國文御筆帖)”은 정조가 만 3~4살부터 46살인 정조 22년(1798년)까지 큰외숙모인 여흥민씨(驪興閔氏)에게 보낸 한글편지 16점을 모아 묵은 편지첩입니다. 특히 원손시절인 5~6살 무렵 쓴 한글편지의 내용을 현대어로 바꿔 보면 “가을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기를 바라오며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도 그리워하였사온데 어제 봉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하였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시오니 기쁘옵나이다. 원손”이라고 되어 있어 어린 정조의 의젓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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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임금이 원손 시절 외숙모에게 쓴 한글편지 |
그런가 하면 선조가 옹주에게 보내는 편지도 우리에게 남아 있지요. 선조가 아픈 옹주의 건강을 염려하며 쓴 것으로 아버지로서 딸을 염려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편지입니다. 내용을 보면 자연히 나을 것이라며 딸에게 염려 말라고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한자도 물론 섞인 편지지만 한글이 주로 쓰였음을 볼 수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가 보내는 한글편지도 있는데 고모가 아프다는 것을 듣고 약재 목록을 보내주면 약을 구해다 주겠다고 한 편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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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조임금이 옹주에게 보낸 편지(왼쪽),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가 보내는 한글편지 |
그동안 우리가 알기로는 왕실이나 사대부들이 훈민정음이 언문이라며 외면한 줄 알았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비공식문자였다고 쓰여 있지만 사실은 이렇게 임금부터 왕실 어른들이 썼음을 남아 있는 한글편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왕실이 한글편지를 썼다면 사대부 벼슬아치들도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곧 훈민정음은 창제 이후 한자와 함께 당당히 쓰인 조선의 또 하나의 공식문자였음이 분명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