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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의 최북과 네델란드 반 고흐는 어떻게 다를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72]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네델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고흐는 후기인상파 화가로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을 남겼으며 어느 날 자신의 한 쪽 귀를 잘랐고, 1890년 그 유명한 “자화상”을 그린 두 달 뒤 권총자살로 37살의 삶을 마감한 정신이상 증세의 화가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에는 자신의 눈을 찔러 고흐보다 더 괴짜인 조선 영조(英祖) 때의 화가 최북이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 끝이나 손톱을 써서 그리는 지두화(指頭畵)를 잘 그렸지요. 자신의 이름 북(北) 자를 반 자르면 칠(七)자가 된다 하여 스스로 칠칠이라 불렀으며, 붓으로 먹고 산다 하여 호생관(毫生館)이란 호를 가졌던 화가입니다. 금강산의 구룡연(九龍淵)을 보고는 “천하 명인 최북은 천하 명산에서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외치고 물에 빠지려는 것을 친구가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또한 어떤 권력자가 그에게 그림을 얻으려 협박하자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찔러 평생 외눈박이로 삶을 마칠 만큼 자신의 의지가 뚜렷한 사람입니다.

   
▲ 최북의 "손가락으로 그린 게", 거침이 없고 당당하다.

   
▲ 반 고흐의 "뒤집어진 게가 있는 풍경", 게가 바둥거린다.

여기서 우리는 두 화가의 차이를 봅니다. 같은 게를 그렸지만 고흐의 “뒤집어진 게가 있는 풍경”의 게는 안타깝게 버둥거리고 있지만 최북의 “손가락으로 그린 게”는 남성적이고 거침이 없으며 당당합니다. 또 고흐는 생활이 궁핍하여 물감 살 돈을 동생에게 의탁한 반면, 최북은 배가 고팠으나 누구에게 기대지 않았다는 점이 다릅니다. 특히 고흐는 경쟁자 고갱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자신의 귀를 잘랐지만, 최북은 권력자로부터 그림 그리는 자유를 위해 눈을 찔렀다는 것이 다르지요. 한 가지 더 고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지만, 자유로운 영혼 최북은 우리들에게도 낯선 화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