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얼레빗 = 윤지영기자] “왜 우리반이에요? 아... 싫은데.. 토박이말 학급 선정 결과를 알리자 우리반 아이들의 반응은 이랬다. 바른말 고운 말이 아닌 비속어나 은어, 기성세대는 알아들을 수없는 자신들만의 신조어나 축약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을 익히고 쓰자라는 구호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토박이말을 갈고 닦으며 아이들의 태도는 점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
이는 금성초등학교 이수현 교사의 ‘토박이말 협력학급 운영사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어제 5일은 경남 진주의 배영초등학교(교장 박득자)에서 전국 최초로 ‘토박이말 운영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발표회는 경상남도진주교육지원청 지정 토박이말 활성화협력학교 ,협력학급 사례발표회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간 금곡초등학교(교장 안순화)와 배영초등학교(교장 박득자)에서 실시한 토박이말 수업의 열매(결과)를 배영초등학교에 모여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경남진주교육지원청 유병주 교육장을 비롯하여 안순화(금곡초 교장), 박득자(배영초교장) 교장 등 관내 초등학교 교장 30여명과 토박이말 운영사례를 발표한 문해원(금곡초), 김나래(배영초), 김아영( 문산초) 교사 등 교육 관련자 160여명이 모여 초등학생의 토박이말 운영 사례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발표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 축사를 하는 경남진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병주(왼쪽), 전 대구가톨릭대학 총장 김수업
▲ 인사말을 하는 박득자 배영초등학교 교장(왼쪽), 안순화 금곡초등학교 교장
이 자리에 참석한 유병주 경남진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나무 한그루가 자라기 위해서는 작은 씨앗을 땅에 심어 알뜰살뜰 정성을 들여야 싹을 틔우듯 초등학교 학생들이 우리의 고운말, 바른말을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은 앞으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이번 토박이말 협력학교인 금곡초등학교와 배영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현 교육현장에서 바른 우리말 교육을 통해 고운 심성을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앞으로 이러한 토박이말이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학교폭력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대안” 이라고 했다.
또한 김수업 전 대구가톨릭대학교총장은 “토박이말과 사투리를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투리는 행커치(외래말로 경상도에서 쓰는 사투리, 손수건)와 같이 지역에 한정되어 쓰는 말이지만 토박이말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밖에서 들어 온 말(외래어)이 아닌 온 배달겨레가 오랫동안 써온 고유어를 말한다” 고 분명하게 정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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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레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본말 찌꺼기 알고나 있나” 특강을 하는『오염된 국어사전』 저자인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
이날 토박이말 운영사례 발표에 앞서 『오염된 국어사전』 저자인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의 “겨레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본말 찌꺼기 알고나 있나” 특강이 있었다. 이 소장은 “광복 70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식민의 잔재인 일본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많이 남아있다. 특히 일본 기독교 단체가 쓰던 궁성요배, 기미가요, 일장기 게양을 뜻하는 국민의례 같은 말을 무비판적으로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내용으로 토박이말을 살려 쓰되 일제 식민의 아픈 역사를 언어생활에서도 청산해야 함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토박이말 교육활동 우수사례는 모두 11편이 소개 되었다. “토박이말 앎-삶-품 기르기를 통한 꽃다지교육(금곡초), 우리말을 아름답게 이어가는 토박이말난이 교육활동 (배영초), 토박이말 갈배움으로 우리 얼 찾기(갈전초), 바른 마음 살려 쓰는 토박이말 널리 쓰기 위한 늘품판 토박이말 피워내기(금성초), 학교생활에서 토박이말 사용능력을 키워요(동진초), 늘 채움 아이뜰로 토박이말을 사랑해요(망경초)”, “그림일기 속에 꽃 피우는 우리의 토박이말(망경초), 배달말 꽃 피우는 토박이말지기(문산초), 재미있는 미술활동을 통한 토박이말 익히기(선학초), 토박이말 익힘책으로 토박이말을 익히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 기르기 (천전초), 아름다운 토박이말 배움을 통한 토박이말쟁이 기르기 (초전초), 오감체험 활동을 통한 토박이말 배움 활동(촉석초) 이다.
▲ 사례발표를 하는 배영초등학교 김나래 교사(왼쪽), 문산초등학교 김아영 교사
▲ 토박이말 열매 나누는 잔치 참석자들
▲ 제1회 "꽃등 토박이말 겨루기 잔치 움직그림 분야 으뜸상 문산초등학교 김아영 교사와 아이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이번 토박이말 활성화 협력학교의 교사들의 우수사례 발표를 들으며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말글을 사랑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교육 현장에 있기에 이러한 토박이말 교육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러한 선생님들의 활동은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의 열렬한 응원과 더나아가 진주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따랐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우수사례 발표회 폐회식 마지막 부분에 유병주 교육장의 인사를 집어넣은 것이다. 유 교육장은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아이들을 지도한 교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며 그 공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기자로서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날 행사는 식전행사로 배영초등학교 김진이 외 15명의 5학년 “청라 중창단”의 토박이말 노래가 청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어서 금곡초등학교 3학년 이민성 외 8명의 “키움 꽃다지(열심히 가꾸어 열매를 맺는다)” 동아리 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춤과 노래로 청중들을 기쁘게 해주었다.
▲ 토박이말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식전 잔치
▲ 토박이말 겨루기대회 수상작
토박이말 사례 뒤에는 유병주 교육장으로부터 제 1회 꽃등 토박이말 겨루기 잔치 움직 그림(동영상) 으뜸상 시청과 수상작에 대한 시상식이 이어졌다. 한편 사례발표장에 입구에는 그간 학생들과 교사들이 갈고 닦은 토박이말 연구 사례서와 토박이말을 새겨 넣은 엽서, 부채, 컵 따위의 다양한 물건도 전시되어 참석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단군 이래 최초의 토박이말 활성화를 위한 잔치였다’고 이번 행사를 한마디로 평한 김수업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의 말처럼 배달말의 얼과 혼이 사라져버린 오늘날 경남 진주의 토박이말을 사랑하는 초등학교 교사와 어린이들이 그간 갈고 닦은 우수사례를 발표한 이번 행사는 우리말의 앞날에 밝은 한줄기 빛을 보는 같아 끝까지 지켜본 기자의 마음도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