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느 날 (세종이 수양대군에게)안평대군·임영대군과 더불어 가야금을 타라고 명하였는데, 세조는 배우지 않았으나 안평대군이 능히 따라가지 못하니 세종과 문종이 크게 웃었다. (중간 줄임) 세조가 또 일찍이 피리를 부니 자리에 있던 모든 종친들이 감탄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학이 날아와 뜰 가운데에서 춤을 추니 어린 금성대군(錦城大君) 이유(李瑜)가 이를 보고 홀연히 일어나 학과 마주서서 춤을 추었다.” (세조 1권 총서 3번째 기사)
▲ 수양대군이 피리를 불자 학과 금성대군이 춤추었다.(그린 이무성 한국화가)
어린 임금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를 후세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으로 본다면 업적도 적지 않았지요. 세조는 훈민정음이 자리를 잡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또 예능에 다양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 《세조실록》 1권 총서의 내용을 보면 원래 세조 곧 수양대군이 악기를 좋아하지 않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하루는 수양대군이 무인들과 밤늦게 어울리다가 들어올 때 아버지 세종이 가야금 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에 감동받은 수양대군은 다음날 아버지께 가야금을 배우게 해달라고 합니다. 이때 세종은 안평대군, 임영대군과 함께 가야금을 타라고 했지만 배우지 않았던 수양대군이 더 잘 탔던 것입니다. 이후 수양대군은 가야금뿐만이 아니라 비파와 피 리까지 연주하는 재능을 보였다고 하지요.
수양대군이 보위에 오른 뒤 대신들에게도 음악을 배우라고 권장하자 대신들이 반발합니다. 그러자 세조는 “음악은 고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고, 약하지만 강폭한 사람의 마음을 제압할 수가 있으며, 소리가 낮아도 함부로 범하지 못한다. 음악은 오묘한 소리 가운데 진리의 정수인 도(道)가 함축되어 있어 그것이 우주만물을 변화시키고 조화롭게 한다. 이것이 바로 음악을 하는 목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조는 왕위찬탈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가장 음악을 사랑한 임금이었음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