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웃음손뼉과 노래로 웃음치료를 하는 웃음전도사가 있다. 자신의 행복만이 아니라 이웃의 행복을 위해 노심초사 하는 이들이다. 그 웃음치료사가 정작 본인의 진한 행복을 찾은 이야기가 여기 있다. 바로 극단시민극장이 빚은 “행복전도사 박달재”다. 이 연극은 지난 11월 30일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에서 늦은 2시 마지막 무대의 문을 열었다.
▲ 공연 전 배우 안병경(박달재 분)이 관객들에게 웃음손뼉을 유도한다.
“행복전도사 박달재”는 첫 무대인 11월 11일이래 만석 행진을 이어왔는데 마지막 공연인 이날도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시작은 주인공 박달재 역인 중견배우 안병경의 웃음치료, 행복전도로 선 보였다. 행복한 웃음을 웃고, 힘차게 손뼉을 침으로써 얼마든지 건강을 지켜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인기를 얻는 박달재 가수, 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을 족족 엉뚱한 데다 쓴 것은 물론 도박을 하고 엄청난 사채까지 얻어 쓴 아내, 결국은 이혼하기에까지 이른다. 이후 자포자기로 살다가 왕순애(하미애)를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데, 그렇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아내는 치매에 걸린다.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박달재, 결국 웃음치료 덕으로 기억력을 되찾는 아내와 꼭 포옹한다.
▲ 공연 도중 관객(오른쪽) 한 사람을 불러 내 즉석 공연을 펼친다.
연극 도중 앞자리에 앉은 한 관객을 무대에 올려 잠시 새로운 배우를 만들어낸다. 자연스럽게 호응한 관객 덕에 무대는 매끄럽게 이어지고 잠시나마 폭소가 터진다. 무대는 안병경, 하미혜(왕순애 역), 장칠군, 김정란 등 중견배우들의 각축장이 되고 짱짱한 각본과 연출로 관객들이 눈길을 전혀 흐트러지지 못하게 한다.
연극 “행복전도사 박달재”는 전처의 빚까지 갚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새 남편의 완벽한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 왕순애의 사랑에 치매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것으로 보답하는 박달재의 얘기는 이 시대 부부애가, 가족애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닫게 하는 수준작이다.
이제 연극 “행복전도사 박달재”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진한 여운은 진정한 부부애를 완성하는데 하나의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멀리 소문을 듣고 마지막 공연을 보러 수원에서 남편과 함께 온 주연희(56살, 수원) 씨는 " 친구가 이 공연을 보고 꼭 가보라고해서 부랴부랴 마지막 공연날 보러 왔다. 친구 말마따나 코끝이 찡할 만큼 감동스런 연극이다. 이 시대가 삭막하다고는 해도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부부들도 많다는 생각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참신한 연극" 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공연장을 빠져 나오는데 관객 주연희 씨처럼 마지막 공연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관객들이 잠시나마 박달재가 되고, 왕순애가 됐다면 그걸로 연극을 본 목적은 200% 달성되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랫만에 기자 역시 훈훈한 연극 한편을 보아 즐겁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