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우리나라 토종으로 천연기념물이 된 개들을 아십니까? 먼저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살개, 천연기념물 제540호 동경이가 있으며, 북한의 천연기념물 368호 풍산개도 있지요. 그 가운데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동경이를 소개하겠습니다. 옛 문헌에 등장하는 동경이를 살펴보면 먼저 1845년(헌종 11) 나온 경주의 지리서인 《동경잡기(東京雜記)》에 “꼬리 짧은 개를 ‘동경구(東京狗)’라 한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19세기 중엽)》에 “동경구는 꼬리가 짧아 장자구(獐子狗, 노루새끼개) 또는 녹미구(鹿尾狗, 사슴꼬리개)라 한다.”는 기록이 보이지요. 또 우리나라의 상고로부터 대한제국 말기까지의 문물제도를 분류 정리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1908)》에는 “동경의 지형이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형상인 까닭에 그곳에서 태어난 개도 꼬리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속언으로 꼬리가 없는 개를 동경개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호랑이 무늬의 호고(왼쪽)와 백구, 둘 다 동경이다.(경주시청 제공)
그런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신사에서 볼 수 있는 상서로운 개의 형상인 고마이누와 닮았다는 이유로 학살당해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지요.(사실은 일본 신사 입구에 사자 모습의 개 고마이누는 고구려개라는 게 정설임) 이후에도 꼬리가 없다는 특징 탓에 ‘기형이다’, ‘재수가 없다’하여 천대를 받고 죽임을 당하여 숫자가 급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 2005년 경주시와 서라벌대학 동경이보전연구소가 동경견을 보호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해 종견 사육시설을 건립하였으며, 2009년에는 사단법인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가 설립되어 체형표준화 연구 등 동경견 보전사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또 경주시는 2009년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을 경주개 동경이 사육마을로 지정하고 10여 마리를 분양해 찾아오는 외국인과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5~6세기 경주 황남동 고분군에서 발굴된 동물 토우가 부착된 토기 파편에서도 멧돼지와 대치하고 있는 동경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동경이가 우리나라 토종개로, 오래전부터 경주지역에서 용맹한 개로 길러져왔으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요. 명랑한 성격으로 사람을 잘 따라 반려견으로 적합한 동경이를 보러 양동마을에 가볼까요?